시내의 한 맥주집에서였다. 동료들과 앉아 있다가 얼핏 가게 안쪽 탁자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스무 명쯤 되는 여자들이 연신 웃고 떠들어댔다. 회식 뒤풀이 자리겠거니 고개를 돌리는데 뭔가 이상했다. 여자들뿐이라고 생각한 그 자리에 청일점인 한 남자가 있었다. 여자들 틈에 낀 한 남자라, 아무래도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조도 낮은 지하였지만 간신히 그의 얼굴은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바로 남편이었다.
그 시간 그가 왜 여자들만 모인 자리에 끼어 앉아 있는지 그때는 몰랐다. 과묵하다고 생각한 그가 실은 같은 남자보다는 여자와의 만남을 편안해하고 즐거워한다는 걸 안 건 그 뒤였다. 회사를 그만둔 뒤에도 그 자리에 있던 여자 동료 중 하나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눈치였다.
그들은 존칭을 생략한 이름을 스스럼없이 불러댔다. '비가 오는데 소주 생각난다'는 문자를 보내고 '퇴근 뒤 같이 요리 배울까'라는 문자를 받기도 한다. 창피스럽지만 캐물어 알게 된 것이다. 그날 맥주집도 그 동료를 따라 간 모양이었다. 그들의 관계가 좀 의심쩍었는데 오피스 스파우즈란 말을 들으니 이해가 간다. 직장에서의 아내, 남편으로 서로를 챙겨주고 허물 없이 지내며 실제 배우자에게 하지 못하는 고민도 털어놓는 사이이다. 이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적당한 선 지키기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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