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이목이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식에 집중됐던 지난해 8월, 그루지야는 러시아인 자치주 남오세티아에 대해 무력 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러시아가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곧바로 무력 개입하면서 양국 간 전쟁으로 비화됐다.
일방적인 러시아의 공격 끝에 전쟁은 5일 만에 러시아의 승리로 끝났지만 전쟁 1주년을 앞두고 이 지역에서 또 다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러시아는 4일 "러시아군과 남오세티아에 주둔한 국경수비대의 전투 대응 태세를 격상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 등 외신들은 최근 그루지야와 인접한 친러시아 남오세티아 자치주의 국경이 위태롭다고 보도했다. 남오세티아는 수도 츠힌발리와 주변 지역에서 총격전이 있었고 그루지야가 박격포와 수류탄 공격을 감행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러시아는 "그루지야가 남오세티아 주민과 이곳에 배치된 러시아군을 위협한다면 무력 사용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히고 전투 대응 태세를 격상시킨 것. 반면 그루지야는 공격을 부인하며 되레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위협하고 있어 긴장이 유발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상황이 지난해 러시아ㆍ그루지야 간 전쟁 발발 직전의 상황과 유사하게 전개되자, 이 지역 평화 감시 임무를 맡고 있는 유럽연합(EU) 감시단은 그루지야와 남오세티아에 상호 자극 행위를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갈등의 불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미국으로 튀었다. 친미성향의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이 올해 미국으로부터 1,600만 달러의 무기 공급을 요청한 것에 대해, 4일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미국이 민주주의를 명목으로 그루지야의 재무장을 돕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에 미국 측이 "러시아 경고 때문에 그루지야에 무기 공급 계획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고 맞서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직접 갈등으로 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미국과 러시아의 유대 강화를 목표로 한 '리셋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그루지야 편을 들 지 않을 것이고, 러시아 역시 쉽사리 무력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갈등이 무력충돌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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