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론이 사라진 게 오히려 두렵다.'
8월에도 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비관론자마저 잇따라 항복을 선언하면서,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꼭지가 멀지 않은 것 아니냐'는 긴장감이 감지되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토러스증권이 '주가 예측이 잘못됐다'며 공개적으로 반성문을 쓴데 이어 대표적 비관론자였던 A증권과 B증권 투자센터장도 '단기적으로 더 오를 것'이라며 낙관론 진영으로 투항했다.
이제 비관론 쪽에는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과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체센터장 정도만 남게 돼, 7월까지만 해도 '4대6' 정도였던 비관론과 낙관론의 균형이 '2대8' 혹은 '1대9'로 무너진 상태다.
그렇다면 비관론의 쇠퇴는 그만큼 증시 전망을 밝게 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이다. 대부분 전문가는 비관론자의 전향 중 상당수는 '진정한 참회' 보다는 '보이지 않는 압력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시장 변동 가능성이 여전히 큰 만큼 무모한 투자는 여전히 금물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C증권 관계자는 "한국 증시에서는 하락 시점을 정확히 맞추지 못하는 한 비관론자는 생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상승장에서 비관론자는 회사와 고객으로부터 이중 압력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우선 증권회사는 매출의 30% 가량을 거래수수료에 의존하는 만큼 속성상 비관론자보다는 빈번한 매매를 권유하는 낙관론자를 선호한다. D증권 관계자는 "요즘 들어 회사 고위층에서 '목표치를 좀 더 올려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부쩍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남들이 '예스'라고 할 때 '노'라고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건 광고 카피일 뿐"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의 성화도 비관론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E증권 관계자는 "사람 심리가 묘하다"며 "대세 하락장에서 함께 떨어지면 참아 주지만, 다른 사람 건 오르는데 내 주식만 오르지 않으면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며 "상당수 비관론자들이 고객 항의전화로 곤욕을 치루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론 통계적으로 낙관론이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증시의 경우 완만한 상승과 가파른 하강 사이클을 그리는 만큼, 주가 예측에 자신이 없을 때는 낙관론을 펴는 것이 확률상 2대1 정도로 유리하다는 증권가의 속설도 있다"고 소개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차예지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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