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北, 美 여기자 석방/ 北은 선전효과 속셈 美는 선긋기 노려 '진실게임' 양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北, 美 여기자 석방/ 北은 선전효과 속셈 美는 선긋기 노려 '진실게임' 양상

입력
2009.08.06 00:45
0 0

북한은 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면담이 끝난 뒤 "클린턴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곧바로 로버트 기브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북한은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미국 여기자 2명의 행위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뜻을 표했다"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이마저도 "사과한 적 없다"고 잘라 부인했다.

5일로 면담이 끝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진실게임이 이어지고 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전문가들은 북미 양국이 면담 결과를 편의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논란으로 본다. 양측 모두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논란은 어디에서 출발한 것일까. 일단 미국은 여기자들을 데려오기 위해 북한에 적당한 선에서 양해를 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정치적 비중 등으로 볼 때 오바마 대통령의 승인 없이는 방북하기 힘든 레벨인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개인 자격'이라는 타이틀을 달아 평양으로 보냈다. 북한이 그를 '비공식 대통령 특사'로 인식케 하면서도 '개인 자격'으로 선을 그어 미국 정부 책임을 크게 가볍게 한 것이다.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노련한 클린턴도 이중 해석이 가능한 언어를 구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면담, 만찬 자리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례적 안부를 전달하고 여기자들이 북한 국경을 넘은 데 대해 '유감' 정도를 표시해 북한이 이를 활용할 여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직접적으로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없으니 부인하면 된다. 북한은 이를 두고 '미국 대통령이 우리에게 사과했다. 공화국의 존엄을 인정했다'는 식으로 선전하는 동시에 향후 북미 대화 테이블로 나갈 구실도 확보했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도 없었고 북한이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통상 외국 정상의 발언을 보도할 때 '구두친서'라는 표현을 써왔던 데 비해 이번에는 '구두 메시지'라고 밝힌 것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면담에서 여러 북미 현안을 꺼냈을 개연성이 다분하고, 북한 문제에 해박한 클린턴 전 대통령과 어떤 식으로든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다.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는 "외교라는 게 원래 모호하고 추상적인 언어로 쌍방 이해를 만족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