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으로는 학교를 이만큼 키웠다는 자부심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미안함이 있습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이 21년간 몸담았던 성공회대 교수직을 떠난다.
이 전 장관은 1988년 성공회대의 전신인 성공회신학교 교장을 시작으로 성공회대 학장과 총장을 역임했다. 특히 그는 성공회대를 작은 신학교에서 종합대학으로 일궜으며, 진보주의 학문의 요람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 받고 있다.
진보 진영의 대표 지성들도 그의 후원을 받았다. 신영복, 조희연, 한홍구, 김동춘 교수 등이 모두 그가 총장 재임시절 성공회대에 둥지를 틀었다.
이 전 장관은 2000년 정치권에 진출해 민주당 비례대표 등을 거쳐 참여정부의 통일부 장관까지 역임했다. 그러나 그는 "차라리 정치권으로 나가지 말고 학교에 좀 더 충실했으면 하는 후회도 한다"며 학교에 못다한 정성에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장관에서 퇴임한 그는 학교로 돌아와 신학과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최근에는 참여정부 인사들이 주도해 지난 6월 설립한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의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퇴임 후에도 성공회대에서 명예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칠 예정이다. 또 한국미래발전연구원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진보주의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전 장관은 "참여정부가 추진해 온 각종 정책과 진보주의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현실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사회정책적 대안을 끊임없이 제시해 나가겠다"며 은퇴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정년퇴임식은 13일 열린다.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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