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협정 국가에 설립한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이용, 국내 건물을 산 뒤 주식양도 방식으로 매각해 과세를 회피한 외국법인에게 법인세를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김홍도)는 영국계 투자회사인 라살레인베스트먼트가 서울 종로세무서를 상대로 "103억여원의 법인세 부과는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라살레는 2002년 벨기에에 페이퍼컴퍼니를 차린 뒤 한국에 현지법인을 세워 이 법인을 통해 서울 종로구 현대상선 건물을 750억원에 사들였다. 2년 뒤 벨기에 법인은 한국법인 주식을 프루덴셜생명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건물을 매각해 400억원 가량의 양도차익을 챙겼지만,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한국과 벨기에가 맺은 조세조약상 주식양도로 생긴 소득에 대한 과세는 양도인의 거주국(벨기에)만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지방국세청은 벨기에 법인이 조세회피를 위한 유령회사에 불과하다며 라살레에 법인세 103억여원을 부과했다. 이에 라살레측은 "조세조약상 근거 없는 과세이고, 벨기에 법인은 실체가 있는 회사"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벨기에 법인은 형식상 거래당사자 역할만 수행했을 뿐, 실제 주체는 영국 법인"이라며 "한ㆍ벨기에 조세조약의 적용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화와 용역 등의 교류 촉진을 위한 이중과세 회피 뿐 아니라 '탈세 방지'도 조세조약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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