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송전선이 개인 소유의 토지 위를 지나가 소유권 행사에 크게 지장을 줬다면 국가기간시설의 일부라 할지라도 철거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2단독 주채광 판사는 권모(64)씨가 "고압송전선으로 인해 토지 이용에 심각한 제약이 있다"며 한국전력을 상대로 낸 송전선로 철거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권씨는 자신이 소유한 경기 김포시 소재 땅(3,313㎡) 위로 한국전력의 345㎸ 특별고압송전선이 지나가 전체 면적의 60%인 1965㎡의 땅 이용이 제한되자 소송을 냈다. 한전은 "해당 송전선은 인천 서구 및 김포시 일대에 전력을 공급하는 국가기간시설의 일부일 뿐 아니라 이설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철거 요구는 지나친 권리 남용"이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소송 초기에 배상을 통한 조정을 권유했고, 양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재판부가 의뢰한 피해액 감정 결과와 한전 측이 예상한 보상금액 간 차이가 커 한전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조정이 무산되고 재판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고 권리행사에 있어서 타인에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권리 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전제, "송선선이 통과하는 형상이나 이로 인해 이용이 제한되는 면적으로 볼 때 권씨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송전선이 즉시 철거될 경우 김포 일대의 전력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을 감안해 가집행 선고는 하지 않았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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