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깜짝 실적'을 냈던 산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상반기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수출 기업들은 환율 급락으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대형 기업들은 정부의 탄소 감축방안 때문에 적지 않게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자칫하면 하반기 경기회복이 신기루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발등의 불'은 역시 환율 급락이다. 3월초 달러당 1,570원까지 상승했던 원ㆍ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 최근엔 1,200원을 위협하고 있다. 환율급락은 곧바로 수익성 악화와 직결된다. 물건 1달러짜리를 외국에서 팔아 국내에서 원화로 바꿀 경우, 다섯 달 만에 손에 쥐는 돈이 300원 이상 준 셈이다. 통상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환율급락으로 영업이익을 모두 까먹는 기업까지 나올 수 있다.
가장 민감한 곳은 자동차와 가전을 수출하는 업종.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상반기 경기침체에도 불구, 가격 경쟁력과 환율상승 등에 힘입어 미국 등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하지만 하반기엔 환율급락 탓에 상반기처럼 '부외 수입'을 얻긴 힘들 전망이다. 전체 매출 중 80%가량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매출이 각각 1,200억원, 800억원씩 줄고 영업이익 감소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1,200원대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 원가 절감을 포함한 경영 효율화로 위기 극복에 나설 예정이지만, 매출과 수익 모두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LG전자는 지금보다 환율이 더 떨어지면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보고있다.
정유나 석유화학 업종은 원유 등 수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환율하락에 따른 수혜도 있지만, 결국 완제품 수출가격도 떨어져 매출감소와 이익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정부가 4일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방안도 업계에 고통을 주긴 마찬가지다. 당장 수익성 악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전망치보다 최대 30%까지 줄여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추가로 공장을 세울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철강업계. 석탄을 태워 철광석을 녹이는 쇳물 생산 과정상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은 철강 생산량 감소로 직결된다. 최근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기술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감축규제는 산업의 근간인 철강업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감축방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정유와 석유화학 업종은 정부의 시나리오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의 방침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설비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고민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다른 산업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업종 특수성을 감안해 구체적 액션플랜이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전자업종의 경우는 철강업종보다는 고민이 덜한 편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친환경차 개발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13년까지 총 4조1,000억원을 투자키로 한 계획을 발표했고, 삼성전자도 향후 5년간 녹색경영 실천에 5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투자가 모두 단기적으로는 비용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부담스럽다. 박태진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산업 경쟁력 제고를 고려해 합리적인 감축목표와 세부방안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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