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유씨와 연안호 문제는?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전격적 방북 및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억류 미 여기자 2명의 석방이 이뤄진 후 당연히 제기되는 질문이다. 여기에는 미 여기자들을 석방한 북측이 현대아산 직원 유씨와 연안호 및 그 선원들도 돌려 보내야 마땅하다는 촉구가 뒤따른다. 우리 정부에도 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채널 마련 등 실질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게 된다.
유씨 문제는 불법 입국과 대북 적대죄가 적용돼 정식 재판절차를 거쳐 12년형의 중형을 선고 받은 미국 여기자 문제와 일견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북한은 유씨가 탈북책동 등의 불법행위를 했다며 오늘로 130일째 억류 중이지만 명백한 혐의를 대지 못하고 있다. 그가 중대한 범법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당국간 협의를 거쳐 경고나 추방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북측은 말로는 합의서에 따라 처리하겠다면서 접견이나 가족편지 전달 등 당연한 권리도 허용하지 않은 채 무한정 인질처럼 붙잡고 있다. 북측이 미 여기자 석방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으로부터 탈피하고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으려면 유씨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서해와 동해상에서 우발적으로 경계선을 침범한 어선들을 단시일 내에 되돌려 보냈던 남북의 관행대로 연안호 및 그 선원들도 조기 송환해야 마땅하다.
우리 정부의 접근 방식에도 생각해볼 점이 적지 않다. 정부는 최선을 다해왔다지만 과연 그런지 의심스럽다. 무엇보다 북측과 심층적으로 협의할 통로가 마련돼 있지 않다. 몇 차례 이어진 개성실무회담은 다음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북측의 경직된 자세만 탓할 게 아니라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이끌어낼 실질적이고 창조적 조치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여기자 석방 이벤트 하나로 획기적 변화는 어렵겠지만 대화 물꼬가 트인 북미관계 진전에서 우리가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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