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의 국권회복을 위해 일제와 맞서다 추방됐던 미국인 호머 헐버트(1863~1949) 박사의 손자가 서울 마포구의 명예구민이 된다.
서울 마포구는 6일 헐버트 박사의 손자인 브루스 헐버트(70)씨 부부에게 명예구민증을 수여한다고 5일 밝혔다. 헐버트씨는 5일 헐버트 박사 서거 60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헐버트 박사 기념사업회' 초청으로 방한했다. 헐버트씨는 헐버트 박사의 네 자녀 중 막내아들의 아들이다.
마포구는 "한국의 독립을 위해 애쓴 헐버트 박사의 뜻을 기리고, 고인의 후손과 인연을 이어가고자 구민증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손자 헐버트씨는 "한국인들이 할아버지에 대해 많은 감사를 표해 영광스러울 따름"이라며 "이런 따뜻한 마음 때문에 할아버지가 평생 한국을 잊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이 전 세계의 가장 힘있는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발전한 모습을 할아버지께서 보셨으면 매우 자랑스러워 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헐버트씨는 생전 할아버지가 우리 정부로부터 받은 건국훈장 독립장과 은촛대 등 유품을 기념사업회측에 기증했다.
미국 버몬트주 태생인 헐버트 박사는 대한제국 초청으로 1886년 23세 때 왕립 영어학교인 육영공원 교사로 한국 땅을 밟은 뒤 교육분야 총책임자 및 외교자문관으로 고종황제를 보좌했다.
1905년 을사늑약 후 고종의 밀서를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가 국무장관과 대통령을 면담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1906년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평론'을 통해 일본의 야심과 야만적 탄압행위를 폭로하는 등 한국의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1910년 일제에 의해 강제추방됐다.
1949년 7월29일 우리 정부의 초청으로 8ㆍ15 광복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그는 일주일 만인 같은 해 8월5일 86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고인은 평소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는 소망에 따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안장됐다.
정부는 1950년 헐버트 박사에게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진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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