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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데이터베이스 조사작업 조계종 총무원 수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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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데이터베이스 조사작업 조계종 총무원 수경 스님

입력
2009.08.0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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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채(五辛菜)는 맛과 향이 워낙 강해서 다른 음식재료의 맛을 가리고 밀어내요."

전국 사찰음식의 데이터 베이스 조사작업을 하고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의 사찰음식조사단 단장 수경 스님은 절 음식의 대중화가 "오래 두고 고민해야 할 숙제"라면서 오신채의 특성을 통해 그 접점을 찾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신채는 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서역에서 나는 향료의 일종) 등 자극적인 맛과 향의 5가지 채소를 일컫는데 사찰의 상징적인 금기 식재료다. 능엄경 등 불교 경전에는 선의 삼매를 구하려면 이들 다섯 가지 신채를 끊어야 한다며 "익혀 먹으면 음심을 일으키고 생으로 먹으면 분노를 더한다"고 설명한다. 채식주의자의 식단과 사찰음식의 차이도 이들 오신채에 대한 친근성이라고 한다.(조계종 총무원 장혜경 주임.)

수경 스님의 대답은 승려들의 건강한 수행을 위해 피해야 할 음식을 일반인들에게까지 못 먹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는 "오신채를 쓰면 사찰음식이 아니지 않겠느냐"면서 저렇게 덧붙였다. 사찰음식의 정체성을 지키되 그 음식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그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은 사찰 바깥에서, 대중적 수요에 의해 촉발됐다. 스님들로서야 예나 지금이나 늘 먹는 음식이니까 특별히 관심을 가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 데이터 베이스 작업의 궁극적인 의미 역시 사찰음식 대중화에 닿아 있는데, 그게 만만찮다고 한다.

사찰음식은 식재료 선택은 물론이고, 채소를 다듬는 데서부터 '대중적'이지 않다. 실뿌리 하나까지 있는 그대로의 것을 그대로 쓰고, 좋은 색을 내기 위해 별도의 공정과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것을 불가에서는 비움의 수행이라고도 하고, 성품의 다스림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다 보니 사찰음식은 예쁘지도 않고, 맛도 대중적 관점에서 보자면 대개 거칠다. 수경 스님은 "사찰음식이 대중적으로 각광을 받게 된 게 건강식에 대한 관심 때문일 텐데, 엄밀히 말해 사찰음식은 건강식이 아니라 수행식이라 해야 옳다"고 말했다.

도업을 위한 공양인 만큼 단지 몸의 건강만을 바라고 먹는 음식이 아니라 정서와 정신, 나아가 삶 전체의 건강성을 지향하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시중에서 사찰음식이라고 해서 팔리는 것은 대부분 가공된 음식이에요. 재료도 가공된 것이고, 모양도 가공된 것이죠."

조계종이 종단 차원에서 사찰음식보존회를 발족한 게 2006년이다. 당장 홍보가 필요했기에 외국인을 위한 사찰음식 시연회도 해봤고, 지난 해에는 큰 호텔을 빌려 질병치유를 위한 사찰음식 설명회도 가졌다고 한다.

수경 스님의 저 말은 그간의 접근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인 셈인데, 섣불리 대중화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오늘의 사찰음식이 어떠한지를 먼저 파악해야 했다.

"공양주 보살이 없는 상당수 비구사찰들은 고추장이며 된장 등을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먹기도 하고, 중국 조선족 동포 보살들이 음식을 하는 곳도 있어요. 또 수행만 강조하는 시대가 아니라 포교가 중시되는 시대인 탓도 있겠지만 신도들의 입맛에 맞춰 오신채를 쓰는 곳도 적지 않은 모양이고…."

사찰음식 데이터베이스화 작업도 그래서 시작한 일이다. 5개년 계획의 첫 해인 올해 조사단은 첫 대상지인 충청도지역 220개 조계종 사찰과 380여 개 타 종파 사찰을 대상으로 음식 실태조사를 벌였고, 지난 3일 충북 보은 법주사에서 충청도지역 사찰음식 현장설명회를 가졌다.

보고서에서 조사단은 "충청도 지역 음식은 단순 담백한 것이 특징이며 된장 쩜장(쌈장) 등 콩 음식을 일상적으로 먹고 지역 특산물인 인삼을 이용한 인삼전 튀김, 질경이장아찌 등이 특징적이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수경스님은 "사실 담백함은 사찰음식 일반의 특징이지 특정지역 음식의 특징이 될 순 없다"며 "음식의 종류와 맛의 지역별 특성을 알려면 전국 전역을 다 조사한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찰음식의 대중화는 음식의 맛뿐 아니라 음식에 담긴 정신이 함께 세상 안으로 스며야 참 의미를 지닐 작업인 만큼 성급하게 나아가진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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