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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비정규직 문제의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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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비정규직 문제의 처방

입력
2009.08.05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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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을 막겠다고 비정규직법을 만들었지만 법은 그렇게 작동하지 못했다. 정규직으로의 전환 혜택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에서 일하는 일부 운 좋은 근로자들에게나 돌아갔다. 대다수는 고용사정이 악화되었다. 사용자가 외주나 하청을 늘리는 바람에 급여수준이 낮은 회사에서 일하게 되는가 하면, 고용기간이 줄어 일자리 스트레스가 커지고 아예 고용계약이 조기에 해지되어 장기실업에 놓이게 되었다.

원인보다 대증요법 치우쳐

이런 가운데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고용대란 우려가 커졌다. 이에 정부는 2년의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다가 야당과 노동계가 반대하자 법 적용을 유예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고용 불안을 과장한다는 공격을 받았고 결국 국회는 법 개정문제를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하였다. 법 시행에 따라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이 일자리를 잃었는지 통계는 없지만, 정부는 7월 이후 매일 비정규직 근로자 1,000여명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본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실업급여 신청이 급증하는 점 등을 보면 법 시행의 충격이 적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비정규직법이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근본 이유는 병의 원인을 치유하기보다 대증요법에 치우친 때문이다. 법으로 강제하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수 있고, 비정규직 사용을 법으로 막으면 된다는 단순논리가 깔려있다.

비정규직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책이 필요하다. 우선 대다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비정규직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 것은 소수의 비정규직을 위한 반쪽짜리 정책이다. 90%이상의 비정규직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고, 중소기업의 정규직은 대기업 비정규직 보다 급여수준이 낮다. 이런 점에서 정규직 전환은 중소기업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다.

대다수 비정규직에게 더 중요한 정책은 의료ㆍ 고용보험 등 기본적 사회보험 혜택이라도 받게 하는 것이다. 비용부담 때문에 사회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비정규직과 자영업자에게 맞는 사회보험제도를 만들고 정부가 보험료의 일부를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가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고용 경직성과 밀접하게 관련된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완화하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을 조합에 가입시키지 않는 반면, 자신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장치는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화시켜 놓았다. 신기술을 도입되거나 제품 수요가 바뀌어 업무 조정이 필요하더라도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사용자는 조합원을 자리 이동시킬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사용자는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으려 하고, 노조가 생산성을 상회하는 수준의 임금 인상을 고집하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활용하려고 한다. 노조도 여기에 반대하지 않는다. 경기가 좋을 때는 정규직 조합원이 기피하는 업무를 맡길 수 있고,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고용 안전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차별 적극 해결을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사후 시정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차별적 관행과 제도를 바꾸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연공적 임금체계에서는 비정규직은 시간이 갈수록 정규직과 급여 차이가 벌어진다. 능력개발의 기회도 적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옮겨가기도 어렵다. 임금체계를 개선하고 승진기회의 차별을 없애도록 능력개발 지원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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