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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김정일 면담/ 北美 '한여름 해빙'… 유화국면 돌아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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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김정일 면담/ 北美 '한여름 해빙'… 유화국면 돌아서나

입력
2009.08.05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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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4일 전격 방북은 여러 함의를 담고 있다.

표면적 방북 목적은 3월부터 억류돼온 미국 여기자 2명을 북한에서 데리고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클린턴의 위상, 북한과의 인연, 한반도 정세 등을 볼 때, 특히 전직 미국 대통령이 15년 만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함으로써 이번 방북은 북미관계 전환의 일대 계기가 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3년부터 2000년까지 8년간 민주당 행정부를 이끌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탄생에 큰 영향을 미친 정치 거물이다. 재임 중 북미 제네바합의, 공동 코뮈니케 채택, 방북 준비 등으로 북한 문제에 정통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미 국무부는 부인하지만 북한 매체는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북미 간 고위급 메시지 교환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이날 "조미(북미) 대결의 근본 문제와 관련된 보다 폭 넓은 의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4일 저녁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면담 자리에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한 것은 북한의 핵,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인사들이 미국 최고위급 인사 앞에 나섰다는 의미다. 북한이 대외정책에서 전환점을 마련하려는 시도로 볼 수도 있다.

이번 방북은 시기적으로도 절묘하다. 북한은 1월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자신들에 대해 '선의의 무시'(benign neglect) 정책을 펼치는 미국에 화가 나 있다. 이에 4월 로켓 발사, 5월 2차 핵실험, 7월 중ㆍ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대미 강수를 잇따라 던졌다.

이런 시기에 클린턴 전 대통령 같은 거물이 평양을 찾은 것이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이 여기자 문제를 북미관계 카드로 쓰려 한다는 얘기가 북한 소식통으로부터 여러 차례 나왔던 만큼 결국 이번 방북으로 그들의 뜻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북한으로서도 여기자 억류가 장기화하면서 부담이 커진 만큼 이번에 '미국의 요청으로 사면한다'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새 북미 대화 기회를 엿보려는 의도를 갖고 있을 것이다. 지난해 8월 이후 불거진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로 후계 체제 구축에 매진하는 북한 입장에선 대미 관계 정상화를 통한 체제 안전 보장이 절실했을 것이다.

물론 북미관계가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힘든 상황이다. 미국은 북한 핵 폐기 대가로 북미관계 정상화, 영구 평화체제 구축, 경제ㆍ에너지 지원 등을 담은 '포괄적 패키지'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북한은 일단 6자회담 틀을 거부하면서 보다 확실한 체제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핵 보유국 지위를 고집할 경우 미국도 선뜻 양자대화에 나서기는 어렵다.

정부 당국자도 "여기자 석방을 위한 개인 자격의 방북일 뿐"이라며 의미를 좁혔다. 이번 방북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는 트였지만 지루한 줄다리기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북미 관계 급진전을 통한 통미봉남(通美封南ㆍ북한이 미국과는 대화하면서 남한과 대립하는 상황) 가능성을 우려하는 한국 정부도 북미관계 개선의 장애물이 될 공산이 있다.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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