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튜(발레복)가 없다. 토슈즈도 없다. 거울로 둘러싸인 무대 위에서 속옷이 훤히 드러나는 원색적인 의상을 입은 창녀들이 군무를 춘다.
낭만발레의 정수 '지젤'이 서울발레시어터 상임 안무가인 제임스 전에 의해 모던발레 'she, 지젤'로 새로 태어났다. 28~30일 대학로예술극장에 오르는 'she, 지젤'은 파격적인 스토리부터 의상, 무대장치, 음악 등 모든 면에서 변화를 꾀했다.
클래식 발레의 지젤이 여리고 나약한 것과 달리, 제임스 전의 지젤은 꿋꿋하고 정신력이 강하다. 'she, 지젤'에서 지젤은 이복남매라는 사실 때문에 사랑하는 알브레히트와 헤어지고 미혼모가 돼 창녀촌으로 내몰리며 에이즈로 죽어가는 치명적인 운명 속에서도 아버지, 어머니, 알브레히트 등 모두를 부드러운 손길로 용서한다.
제임스 전은 10여년 전부터 'she, 지젤'을 준비해왔다. 그는 "과거 '지젤'의 조연인 힐라리온을 연기하면서 '지젤을 심장마비로 죽이지 않고 살리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생각했다"며 "주인공 이야기에만 집중된 본래 스토리에 힐라리온의 독한 질투 등 주변 인물의 갈등 구조를 더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보수적인 시선들을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전은 소재의 자유로움과,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안무로 2001년 한국 최초로 미국 네바다발레단에 발레 작품 '생명의 선'을 수출했다.
자궁을 나타내는 1막 무대의 빨간 바닥과 욕정을 상징하는 모빌 등 이태섭 용인대 연극학과 교수의 무대 디자인과, 튜튜를 대신한 섹슈얼한 의상도 볼거리다.
지젤은 정혜령과 임혜지가, 할브레히트는 하준국과 강석원이 각각 연기한다.
'발레의 대중화'를 내세운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은 "'she,지젤'이 무용인 뿐 아니라 일반인도 편하게 발레를 즐길 수 있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02)3442-2637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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