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어제 특별기 편으로 북한을 전격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다. 표면적으로는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 2명의 석방 교섭을 위한 개인적 방문이다. 그러나 그의 위상과 상징성으로 볼 때 방북 목적이 이 문제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때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의 방북이 극적 돌파구를 열었던 것처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도 북미간 대결구도를 대화 구도로 바꾸는 극적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물론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북한이 집요하게 추구해온 핵보유국 지위 확보 의지에 근본적 변화 기미가 없고, 북한의 2차 핵실험 및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도 여전하다. 전직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라는 1회성 이벤트로 대결구도가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미국 정부가 여기자 석방 문제와 정치적 사안은 별개라고 거듭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 외교를 총괄하는 현직 국무장관의 남편이기도 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1994년 제네바 북미합의 도출과 2000년 임기 말의 평양 방문 모색 등 그가 재임 중 북핵과 미사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기울인 노력은 잘 알려져 있다. 그가 김 위원장을 만나 북미 현안을 두루 논의한 것은 북핵 문제와 북미관계 정상화 논의 진전을 위한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가 전달된 것도 좋은 징후라 할 수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국 여기자 석방 교섭 특사로 거론된 인물 중 최고위 인사다. 북한의 체면을 크게 살려준 셈이다. 북한은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국 여기자 석방에 이어 개성공단의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와 지난주 나포한 800연안호를 조기 송환한다면 남북관계에도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정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김 위원장 회동 결과에 따른 북미관계 변화를 주시하면서 남북관계 경색 타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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