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고 장자연씨 자살사건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연예인과 기획사간 '노예계약' 관행 차단을 위해 '표준계약서'를 제정했지만, 연예계의 불공정 계약 논란은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인기 아이돌그룹 동방신기 멤버 3명이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고, 배우 윤상현와 고주원씨도 줄줄이 전속계약 공방에 휘말려 있다. 연예인 표준계약서가 요란만 했을 뿐, 별반 실효성이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정부가 연예인 표준계약서를 제정해 공시한 지 근 1개월 가량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실제 표준계약서를 도입한 연예기획사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표준계약서 도입 문제는 어디까지나 권장 사안일 뿐 강제할 수는 없다"며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은 있지만 아직 표준계약서를 도입한 기획사를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생활 침해 조항 등 문제로 지적한 조항만을 시정할 것인지 아니면 표준계약서를 도입할 것인지 선택의 문제"라며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더라도 기존 계약은 제외하고 신규 계약부터 적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적으로 기획사의 자유의사일 뿐, 공정위로선 강제 수단이 전혀 없는 셈이다.
특히 동방신기 사건에서 문제가 된 전속계약 기간에 대해서는 공정위도 명확한 유권 해석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표준계약서에는 가수의 경우 전속계약 기간이 7년이 넘으면 가수가 계약 해지를 주장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해외활동 등을 위해 7년 이상의 계약이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 합의에 따라 장기계약도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도 명시하고 있다.
동방신기 일부 멤버들은 "계약기간 13년은 사실상 종신계약"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SM측은 "해외활동 등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사실 사생활 침해 조항처럼 명백하게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속계약 기간을 둘러싼 공방에 대해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표준계약서 때문에 오히려 법적 공방이 늘어날 소지가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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