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등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이 2분기 예상치를 뛰어 넘는 깜짝 실적을 내 놓았다. 하지만 이는 원화 기준 실적으로, 달러화로 환산하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저조한 성적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대표 기업들의 경우 상당수 매출이 해외에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은 오히려 환율 효과에 따른 착시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한국일보 산업부가 4일 주요 기업 2분기 실적을 2분기 평균 환율(종가기준)을 적용, 달러화로 환산해본 결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매출은 전년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삼성전자는 2분기 32조5,100억원의 매출액(연결기준)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1.7%나 증가한 실적을 발표했다.
그러나 2분기 평균 원ㆍ달러 환율(1,286.11원)을 적용, 달러화 매출을 추산하면 252억7,800만달러에 그쳐 지난해 2분기 285억8,600만달러에 비해 11.6%나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평균 환율은 1,017.99원이었다. 결국 달러화 매출은 줄었으나 환율이 26.3%나 오르는 바람에 원화 기준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는 얘기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2분기 2조4,000억원에서 올해 2분기엔 2조5,200억원으로 5.0% 늘어난 것으로 공시됐지만 달러 베이스로 바꿔 보면 같은 기간 23억5,800만달러에서 19억5,900만달러로 16.9%나 감소한 것으로 나온다. 삼성전자의 해외 매출 비중은 85%이며, 삼성전자는 외화 매출의 경우 매달 기준 환율을 적용, 원화로 환산한 뒤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LG전자도 원화 기준으론 매출이 지난해 2분기 12조7,352억원에서 올해 2분기엔 14조4,974억원으로 13.8%나 증가했다. 그러나 달러 기준으로 보면 같은 기간 125억3,500만달러에서 112억7,300만달러로 10.1%나 감소했다.
원화 기준으로 2분기 순이익이 증가한 SK에너지도 달러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적자 전환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2분기 2,591억원에서 올해 2분기엔 3,014억원으로 순이익이 16.3%나 늘었으나 달러 베이스로 추산하면 2억5,500억달러에서 2억3,400만달러로 8.1%나 감소했다.
현대차는 원화 기준 2분기 매출(8조799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9조1,068억원)에 비해 11.3% 감소한 것으로 나오지만 달러 베이스로 계산하면 89억6,300만달러에서 62억8,300만달러로 무려 29.9%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난다.
포스코도 원화 기준 2분기 매출 감소율이 14.9% 수준이나 달러 베이스로는 32.8%로 더 커진다.
해당 기업에선 "달러화 실적은 발표하지 않고 있고, 공개한 적도 없다"며 "회사마다 적용 환율과 회계 처리 방식들이 달라 평균 환율만 적용,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2분기 실적에 환율 효과가 컸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긴축경영과 경비절감 기조를 이어가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최근 환율이 하락하고 있어 앞으로 실적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이 환율 효과를 본 반면 경쟁국인 일본 기업들은 엔고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러한 외부적 요인이 오래 지속되진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환율효과가 사라질 때를 대비, 가격보단 고부가가치로 승부할 수 있도록 제품 경쟁력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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