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에 따라 과거 북핵 위기 당시 특사로 북한을 방문해 갈등을 풀었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 고위급 방북인사들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제1차 북핵 위기가 한창이던 1994년 6월15일 평양을 방문해 북한 김일성 주석을 두 차례 만나서 '영변 폭격' 등 최악의 상황이 예상됐던 국면을 극적으로 전환했다.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과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잔류의사 확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북한 내 활동보장, 북한 핵개발 잠정동결 등 굵직한 결과물을 얻어냈다. 카터의 방북은 향후 남북관계를 화해모드로 전환시킨 중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카터의 행보는 전광석화와 같았다. 김 주석으로부터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뜻이 없음을 확인한 카터는 방북 이틀 만에 이러한 성과를 백악관에 전달해서 더 이상 대북제재가 진행되는 것을 막았고,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의사는 한국 정부에 1시간 만에 전달됐을 정도다. 클린턴이 카터와 마찬가지로 '전직 대통령'의 신분이라는 점 때문에 외교가에선 이번 방북의 결실이 예상 외로 클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2000년 10월24일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북한 정권수립 이후 방북을 한 현직 최고위 미국 인사란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올브라이트는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의 방북문제 등 북미현안을 김 위원장과 논의하면서 북미 외교대표부 개설, 미사일 문제 등 민감한 문제들을 협의했고 특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실험포기 일보직전까지 갔었다.
이밖에 대표적인 미국의 방북 고위인사로는 하원의원 신분으로 두 차례 특사로 파견됐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꼽힌다. 리처드슨은 1994년엔 비행착오로 월북했던 미 정찰기 조종사 보비 홀을, 1996년엔 압록강을 건너 북으로 넘어갔던 미국인 에번 헌지커를 미국으로 데려오는 성과를 거뒀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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