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만 따뜻한 정이 넘쳤던 1960, 70년대 추억의 거리가 박물관 속으로 들어온다. 서울 삼청동 국립민속박물관이 박물관 동편 야외 전시장(1,900㎡)에 '추억의 거리'라는 이름으로 다방, 이발소, 양장점, 만화방, 사진관 등이 들어선 근ㆍ현대 거리를 조성해 5일부터 일반에 공개한다.
국립어린이박물관의 개관에 맞춰 조성된 이 거리는 잊혀져 가는 근현대사 속 일상 문화를 이해시키기 위한 것으로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나무 전봇대와 전깃줄로 시작되는 추억의 거리에 들어서면 마치 30년의 시간을 거슬러온 것 같다. 맨 먼저 만나는 것은 '화개이발소' 간판. '친절봉사 일류유행'이라는 문구가 붙은 이발소에 들어서면 옛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발용 의자 앞에는 녹슨 가위와 이 빠진 빗, 추억의 바리캉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최신 유행 스타일을 보여주는 그림도 붙어있다. 하나같이 '2대8 가르마'에 포마드를 잔뜩 바른 스타일이다.
낡은 타일의 세면대 옆에는 머리 감을 물을 데우는 연탄 난로가 놓여 있고, 철사줄에는 수건들이 널렸다. 이 이발소의 물품들은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2007년 8월까지 50년 넘게 있었던 화개이발소에서 실제로 사용된 것들이다.
과거 가장 흔한 다방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약속다방'의 뮤직박스 안에는 트윈폴리오의 낡은 LP판이 보이고, 좁다란 만화방 진열대에는 추억의 만화들이 가득하다.
만화책장을 넘기며 먹던 쫀득이, 쫄쫄이 등 불량식품들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했다. 한국 최초의 패션쇼를 열었던 디자이너 노라노의 '노라노양장점' 뒤편으로는 나무 책상과 걸상이 옹기종기 앉은 교실이 자리했다. 이 교실은 어린이들의 교육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 거리에서 가장 비싼 유물은 단연 국산자동차 1호인 포니 자동차. 이 포니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최근 강원 영월군 주천면에 거주하는 윤대진(72)씨로부터 구입한 1978년식 '포니1 픽업'이다. 30년이 넘도록 달려왔지만, 현재도 운행이 가능할 만큼 상태가 좋다.
일반 공개를 앞두고 4일 열린 개막식에서는 화개이발소에서 머리깎기, 약속다방에서 쌍화차 마시기, 포니 시승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열렸다. 추억의 거리 조성을 담당한 전배호 학예연구사는 "부모님들이 과거 자신들의 생활사를 직접 설명해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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