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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김정일 면담 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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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김정일 면담 전문가 진단

입력
2009.08.05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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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4일 면담에 대해 "북미 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이른 시일 내에 북미관계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두 사람은 억류돼온 미국 여기자들 석방 문제 외에 북핵과 6자 회담, 북미 직접 대화 등 북미 현안 전반을 포괄적으로 논의했을 것이다. 논의는 북미간 불신의 고리를 푸는 문제에 대한 추상적인 수준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4일 만남의 의미는 북미대화의 물꼬가 터졌다는 데 있다. 북미간 뉴욕 채널 이상의 공식 채널이 작동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대화 국면이 개시된다고는 볼 수 없다. 6자 회담의 틀은 유지되면서 내용적으로는 북미 직접 대화를 통해 성과가 점진적으로 도출될 것 같다. 빅딜 성사 등 대반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아주 빠른 시일 내의 일은 아닐 것이다. 유엔 대북 제재 결의 1874호 등 대북 제재는 당분간 형식적으로는 유효한 가운데 실질적으로는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클린턴이라는 거물의 방북 자체가 북미 국면 전환의 모멘텀이 만들어질 수 있는 계기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한미가 공유하는 포괄적 접근방식에 관해 밝혔을 것이다. 그러나 1994년과 1998년 북미관계가 급반전했던 것은 북한의 전향적 제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94년엔 김일성 주석의 핵 활동 동결 발언이 있었고, 98년엔 김 위원장의 미사일 실험 발사 동결 발언이 있었다. 이번에 북한이 '긍정적인 실마리'를 얼마나 제공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예컨대 북한이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전제로 9ㆍ19 공동선언을 이행할 수 있다는 정도의 언급을 했다면 협상 틀이 만들어질 수 있다. 북한은 이날 만남을 '김정일 부자의 승리' 등으로 내부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앞으로 북미간 실무 차원의 밀고 당기기를 거쳐 올 하반기엔 본격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

■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북미 대화가 시작될 수 있는 팡파레가 울렸다. 공식 성명서 등이 나오지 않더라도 미국이 김 위원장의 마음을 풀어준 것 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북미 관계는 빠른 속도로 진전될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이 가장 방북을 바라던 사람이다. 미국의 어떤 정치인보다 북미 관계 정상화에 적극적이었던 그는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의 진심을 김 위원장에게 설명하면서 김 위원장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경청했을 것이다. 북한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모든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남북관계가 자동적으로 진전되리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 가까이 할 생각이 있다고 나선 만큼 북한에게 남한은 이제 전략적 이용 가치가 떨어졌다.

정리=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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