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으로 아파트와 상가의 분양 및 임대차 패턴이 바뀌고 있다.
아파트나 상가의 분양이나 임대차는 건설사 등 시행사가 먼저 분양(판매)을 한 뒤, 분양을 받은 이들이 직접 입주하거나 세입자를 구하는 게 그간의 관례.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분양시장에 '선(先) 임대 후(後) 분양'이라는 '역발상'식 분양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방에 번지는 '선임대 후분양'
분양 가구수보다 미분양 수가 더 많은 지방 미분양 단지들은 최근 분양보다는 전세 놓기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미분양 적체로 단지 공동화(空洞化)가 되는 것을 막고, 자금 운영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기 위해 건설사들이 도입한 자구(自救) 마케팅의 일환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새 분양자를 구할 시간을 벌고, 입주자는 직접 살아보고 구매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양측에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니다.
실제로 지방에선 건설사가 판 분양가구 수보다 전세 임대로 나간 가구 수가 더 많은 단지들이 다수다. 지난해 6월 준공된 대구 성당동 일대 3,466가구 규모의 매머드급의 한 재건축 단지는 국내 5대 건설사 중 2곳이 공동 시공한 민간분양 아파트지만, 속내는 사실상 임대단지에 가깝다. 분양이 저조하자 시공사가 일반분양(1,038가구)의 절반 이상을 전세로 먼저 입주를 시켰다. 임대 후 시장여건을 지켜보며 분양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인근 대천동의 H아파트(730가구)도 '임대 후 분양' 전략에 따라 미분양 가구 중 100여 채가 임대로 먼저 채워졌다. 시공사측은 전세입자 가운데 분양에 관심을 가지는 세입자를 중심으로 미분양 판촉에 나서고 있다.
상가도 임대 후 분양이 대세
상가 분양 패턴도 분양업체가 먼저 임차인을 구해 입점시킨 뒤, 안정적인 임대수익 보장을 내세워 매매계약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 대세로 잡아가고 있다. 이런 분양 패턴은 불투명한 경기로 망설이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어 효율적인 마케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 위치한 J빌딩은 어학원이 입점된 2개 점포를 각각 10억여원과 7억여원에 분양 중이다. 강남구 대치동 E상가의 경우 1층 4개 점포에 은행을 입점시키기로 한 뒤 현재 통매입자나 구분 매입할 투자자를 찾고 있다. 최근 커피숍이 입점한 성남 구미동 A상가 내 126.25㎡(38평)짜리 점포는 당초 분양가보다 8%가량 낮춰 투자자를 기다리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투자자 입장에서 확보된 임대 수요와 수익률을 확인한 후 투자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 방식"이라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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