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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김정일 면담/ 남북 '냉랭한 여름'…소외국면 내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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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김정일 면담/ 남북 '냉랭한 여름'…소외국면 내몰리나

입력
2009.08.05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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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 말을 아꼈다. 겉으로는 담담한 척 했지만, 그다지 달갑지 않아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북미관계 개선 ->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기조 노골화'의 시나리오를 우려해서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남한이 이니셔티브를 발휘할 공간이 줄어들고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재정립할 가능성도 낮아진다. 정부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북미 관계가 극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정부 관계자)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북한의 최종 목표는 체제 유지를 위한 북미관계 정상화다. 남북관계는 한참 후 순위 문제다. 조만간 북미가 대화 국면에 들어선다면 북한은 북미관계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남한에 눈길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현재로선 '6자 회담 틀 안에서의 북미 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북핵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인 만큼 남한을 끝까지 '배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의 상황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당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후 북미관계가 급진전했을 때 남한은 제네바 합의 작성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채 거액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부담금(11억4,000만달러)만 떠안았었다.

문제는 그간 정부가 철저하게 '통미봉북'해 왔다는 것이다. "북한에 억류된 2명의 미국 여기자들 문제 등을 고리로 올해 안에 북미관계가 풀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왔지만, 정부는 '원칙'만 강조하는 강경한 대북 정책을 고집했다. 그 결과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비대칭하게 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마땅한 카드가 없어 고민하는 지금의 상황이다.

물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남북관계의 호재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요청을 수락하는 형식으로 개성공단에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와 최근 나포한 '800연안호'의 선원 4명을 연쇄적으로 풀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의 종속 변수가 되는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남북 대화를 전혀 이끌어내지 못하는 현재의 대북 접근 방식으로는 북미 관계 진전 등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보다 유연한 대북 정책이나 제안을 내놓는 등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확실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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