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정당ㆍ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을 불법집회로 간주, 광장 개방 후 처음으로 참석자들을 강제 연행했다.
문화연대, 참여연대, 민주당,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등 관계자 20여명은 3일 광화문광장 조례안을 폐지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광장 내에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자 경찰이 이를 불법집회로 판단해 박원석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 참석자 10명을 연행했다.
경찰은 미리 신고할 필요가 없는 기자회견이 구호제창이나 피케팅 등 집회형식으로 변질하면 미신고 불법집회로 간주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혀왔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피켓을 들었다고 불법집회 구성사유로 보는 것은 지나친 법 해석이다"며 반발했다.
이 같은 경찰의 강경대응은 향후 광화문광장에서 사실상 모든 정치집회를 불허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문화적 목적으로 광장을 조성한 서울시의 취지를 도와주는 게 맞다"면서 "순수 기자회견은 보장하되 집회로 변질되면 바로 해산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야당은 "경찰이 순수 기자회견과 집회의 차이를 제멋대로 규정하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구호를 외치거나 전단지를 시민들에게 나눠준 것도 아닌데 경찰이 불법집회로 몰아간 것은 결국 광장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완전히 몰아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정당한 기자회견이 공권력에 의해 무산된 만큼 내일(4일) 광장에서 다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일 광화문광장 사용료를 시간당 1만7,000원 정도로 하고, 지정장소와 시간 내 한정사용, 허가된 범위 내 음향사용, 시민통행을 방해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행위금지 등 사실상 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입법 예고해 시민단체, 야당의 반발을 샀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