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정부의 친서민 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배상근 전경련 상무는 "친기업 정책이란 것이 기본적으로 과도한 규제를 풀어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고 이러한 투자로 일자리가 늘어나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게 바로 서민층"이라며 "친서민 정책을 편다는 게 친기업 정책을 배척하는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분위기는 좀 달라진다. 친서민 정책의 일환으로 거론되는 사안들이 결과적으론 기업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내심 불만과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임시투자세액 공제 제도 폐지가 우선 그렇다. 정부는 이 제도를 올해말로 종료하겠다는 입장이나, 재계는 최소한 내년까진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경련과 대한상의는 임시투자세액 공제 제도를 연장하고, 공제 시기도 투자가 이뤄지는 과세연도와 완료되는 연도 중에 납세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한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도 재계로선 달갑지가 않다. 한 대기업 임원은 "고소득층이 신용카드를 쓰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게 아니라 신용카드 소비가 이뤄지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소위 '친서민 정책'이 정부 의도와는 달리 서민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의 가장 큰 우려는 MB노믹스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데에 있다. 특히 SSM사태로 인한 대기업 활동제한 확산분위기를 가장 우려 섞인 눈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경기 회복을 위해 오히려 기업들의 세금을 더 깎아주고 규제를 더 풀어줘야 하는 때"라며 "기업과 서민을 따로 놓고 생각하는 이분법적 사고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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