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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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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사랑

입력
2009.08.04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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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돌의 피를 받아 마시는 것은

언제나 푸른 이끼들뿐이다 그 단단한 피로 인해

그것들은 결국 돌빛으로 말라 죽는다 비로소

돌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 돌에게 피가 있을까? 다만 돌에 붙어서 사는 이끼만이 돌의 피를 느낀다. 이끼는 돌에 들러붙어 살아남아야 하기에. 하지만 시인의 말대로 돌의 피는 '단단한' 피다. 그 단단함 때문에 이끼는 '돌빛'으로 말라 죽는다. 그리고 돌의 일부가 된다. 이끼는 돌의 단단한 피 때문에 말라 죽는데 시인은 이 시에 사랑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죽음으로 완성되는 사랑이라는 말을 우리는 많이 들었다. 사랑, 그 일부가 되어야 도달할 수 있는 지난한 세계가 사랑이라는 것도 우리는 많이 들었다. 김근 시인의 시집 <뱀소년의 외출> 첫머리에 놓여있는 이 시를 읽고 난 뒤 시집을 읽으면 그렇게 많이 들었던 사랑에 대한 수식어가 범상하지 않게 여겨진다.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신화의 세계. 일상의 견딜 수 없음에다 눈을 부릅뜨고 이건 아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이런 범박함이 아니다.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느낌, 우리의 지리멸렬한 존재, 그 자체가 신화다. 라고 시인은 노래한다.

시집을 다 읽고 난 뒤 다시 첫머리에 놓여있는 이 시로 돌아가보면, 이끼가 죽고 난 뒤 돌빛으로 말라서 찬연히 빛나고 있는 그림이 눈 앞에 떠오른다. 돌, 그것 자체가 되어있는 이끼의 신화. 사랑이어서 신화인 세계. 아득한 그 세계.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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