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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적 고찰 대상된 '장기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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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적 고찰 대상된 '장기하 열풍'

입력
2009.08.04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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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어떻게 '차오르게' 됐을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공식을 한참 벗어난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에 대한 열광을 사회학의 프레임으로 고찰하는 글이 계간 '비평' 여름호에 실렸다. 김병오 전주대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는 비평글 '풍운아, 장기하'에서 장기하라는 대중문화 아이콘을 웹(web) 2.0 환경의 산물로 해석했다.

김 교수는 "장기하는 온라인, UCC, 대중지성 등으로 산만하게 표현되는 흐름 속에서 스타덤에 오른 첫 번째 존재"로 규정한다.

그는 "장기하가 최악의 조건을 극복하고 음악 비즈니스의 중심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P2P라는 기술 덕"이라며 "팬들이 단순한 소비자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무한한 거미줄을 통해 음악을 2차적으로 유통시키는 새로운 유통 주체로 거듭난 것"을 장기하 열풍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달이 차오른다 가자', '싸구려커피' 등의 곡은 기존 유통 단계가 아니라 '영상물로 흘러 다니는 형태로 소비'됐는데 "이 모든 것이 텔레비전과 라디오, 신문과 비평의 바깥에서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이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UCC문화는 소비와 유통의 통합을 넘어 아예 생산ㆍ유통ㆍ소비ㆍ홍보가 하나의 매개체를 통해 합체되는 새로운 문화향유 방식"이라고 규정했다.

김 교수는 "UCC문화가 장기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이상, 장기하의 음악 자체에 열광을 얻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장기하 음악의 내용적 측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그것을 '찌질한 세대의 찌질한 감성'이라고 범주화하면서도 기존의 키치(kitsch)적 맥락과는 다른 것으로 이해했다.

김 교수는 장기하와 1990년대 말 '황신혜밴드'를 비교, '교집합보다 큰 차이점'을 지적했다. "황신혜밴드가 노골적으로 키치를 표방하고 자아에 대한 성찰은 배제하고 있는 반면, 장기하는 과장적 표현을 자제하고 미니멀한 태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황신혜밴드의 '찌질함'이 의도된 허풍이라면, 장기하의 '찌질함'은 그가 살며 느낀 바에 대한 솔직한 진술"이라며 이런 점이 "장기하의 노래를 '88만원 세대의 송가'로 일컬어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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