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4월), 2차 핵실험(5월) 이후 처음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 최근 대북 지원 민간 단체의 방북을 허가한 데 이어 예산까지 지원함으로써 잠가뒀던 남북교류 빗장을 조금씩 푸는 형국이다.
통일부는 3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213차 회의를 개최, 10개 민간 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 35억7,30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 장애인 어린이를 돕는 등대복지회, 결핵 퇴치 지원을 하는 유진벨재단 등에 각 6억3,000만원, 북한 어린이 영양식 공급 지원에 나선 남북나눔에 4억8,600만원 등 총 10개 단체의 지원사업이 우선 선정됐다.
통일부는 지난 3월에 접수한 47개 지원 사업 가운데 영ㆍ유아, 산모,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기금을 지원키로 했다. 이번 지원에는 단체들이 각자 모금한 액수와 연동해서 예산을 지원하는 ‘매칭펀드’ 형식이 적용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나머지 37개 사업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와 여론 등을 감안해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원은 비록 민간단체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기는 하나 4, 5월 남북 대치 국면 이후 정부가 처음으로 대북 지원을 재개했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대북 지원 민간 단체 월드비전의 방북을 승인하는 등 북핵 제재 국면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에 호응해야 하지만, 향후 상황을 보면서 지원 확대 여부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북 지원단체 모임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는 “연초 협력기금 신청 당시 제시한 기준과는 무관하게 정부가 일방적 기준으로 기금을 집행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북민협은 이날 오전 총회를 열어 정부가 보류하고 있는 대북 인도적 지원 물품 반출을 허가하고, 방북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또 평양에서 공장과 임가공 사업을 운영하는 대북 경협업체의 방북과 지원은 막으면서 인도적 지원 부분만 푼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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