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헌법 제정 이래 9차례에 걸친 개정은 모두 권력구조 개편이 중심이었다. 개헌 하면 으레 권력구조 개편을 떠올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요즘 정치권 주변에서 이뤄지는 개헌논의도 대통령 4년 중임제나 이원집정부제 등 권력구조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려 있다. 하지만 권력구조 못지 않게 기본권 보장이 헌법의 핵심적 가치라는 점에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기본권 조항이 보다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기본권을 크게 확대ㆍ강화하는 방향으로 헌법 개정 의견을 마련한 것은 이런 점에서 바람직하다. 한국일보가 보도한 자문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헌법 개정 의견은 명시적 규정이 없는 생명권과 정보기본권 조항을 신설하고, 사상의 자유를 명문화하고 있다. 과학기술 발전 등 시대 변화를 반영하면서 불문적 기본권을 분명히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의견이다.
언론출판의 자유의 제한 규정인 현행 헌법에 명시된 타인의 명예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 등의 규정 삭제는 정보화 사회 진전에 따른 언론출판 자유 확대의 시대적 요청이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의사표현의 주된 장이 된 사이버 공간에서 표현의 한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에 헌법적 기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국방과 납세의무를 제외한 모든 의무 규정을 삭제하고 남녀평등에 관한 국가의 의무조항을 신설한 것이나 국민의 차별금지 사유 확대, 공무원 근로3권 제한규정 완화 등도 자유권적ㆍ사회적 기본권의 내실화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기본권을 강화ㆍ확대하는 것은 국민의 다양한 기본권을 동시에 보장하는 일이다. 기본권 상호간의 경합과 충돌을 어떻게 조정하고 조화를 기하느냐가 관건이다. 국민투표라는 형식적 절차 외에 개정 방향 각각에 국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게 다양한 통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시대 변화에 맞게 국민의 기본권 강화ㆍ확대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된다면 권력구조 개편 중심의 개헌 논의가 부를 수 있는 정략 논란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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