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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과학관, 전문 인력 부족으로 설립 취지 '온데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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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과학관, 전문 인력 부족으로 설립 취지 '온데간데'

입력
2009.08.04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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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낮 경기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 2층 첨단기술관. 모형 비행기 안에서 실제 항공기 조종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체험실 앞에는 탑승을 예약하려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줄을 길게 서 북새통을 이뤘다. 20분도 채 안 돼 이날 오후 체험자 예약이 마감됐으나, 이를 모르고 찾아온 아이들이 끊임없이 북적댔다.

비슷한 시각 1층의 기초과학관. 1940년 미국 워싱턴 주에서 발생한 '타코마 브릿지 붕괴 사고'의 원인이 된 공명 현상을 보여주는 전시물 앞에는 아이도 학부모도 뜸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한 학부모가 전시물 옆에 놓인 설명을 보면서도 쩔쩔매고 있었다. "공명 현상 장치를 작동시키고, 설명을 읽어봐도 아이가 이해를 잘 못한다"며 "전문 안내자가 옆에서 과학적 원리를 친절히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름방학을 맞아 초ㆍ중학생과 학부모 등이 하루 5,000명 이상씩 찾고 있는 국립과천과학관. 24만㎡(7만2,000평) 부지에 4,500억원이 투입돼 세계적인 규모로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운영하는 전문 과학 인력은 태부족이어서 과학관의 최대 설립 목적인 교육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이 빈약하고 전문 안내자조차 거의 없다 보니 학생들은 과학 원리를 배우기보다는 체험시설만 '놀이기구'처럼 이용하다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과학관이 아니라 놀이동산"이라는 조롱을 듣고 있다.

관람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초ㆍ중학생들이 주로 몰리는 곳은 항공기와 지진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놀이기구를 닮은 체험시설물들이다.

한 직원은 "인기 있는 체험관의 경우 예약시간에 맞춰 오지 않으면 탈 수 없을 정도로 붐빈다"며 "다른 전시물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30여 개의 체험시설이 있는 '어린이 탐구체험관'의 경우 아이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려 흡사 어린이집 놀이터를 방불케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체험관에도 시설물의 과학적 원리를 설명해줄 안내자라곤 고작 1~2명 뿐이다. 지진체험실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신기해 하니깐 구경 왔지만 딱히 과학을 배운다는 느낌은 적다"며 "인기 있는 체험시설에만 많이 몰려, 꼭 놀이동산에서 기구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체험시설이 그다지 없는 곳은 학생들의 발길이 거의 없다. 최무선에서 이휘소까지 국내 역대 유명 과학자들의 유품과 사진 등을 전시해 놓은 1층 명예의 전당은 아예 적막감까지 흘렀다.

과학관 내 9개 전시관에 설치된 전시물 수는 무려 4,203개. 이에 비해 전시물 안내나 해설을 맡고 있는 직원들은 48명 밖에 없고 이마저도 외부 용역직원으로 사실상 '길 안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시물 안내를 위한 이동단말기(PDA)가 400대 마련돼 있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아이와 함께 관람을 온 최모(38)씨는 "뇌 과학이나 게놈 관련 전시물에서는 스크린 상에 나오는 설명이나 PDA만으로 애들한테 내용을 전달하기 힘들었다"며 "과학관 인원이 부족하면 상세 설명이 담긴 책자라도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체 정규 직원 70여명 중 과학 전문 인력은 연구관 및 연구사 21명이 전부다. 한 연구사는 "전문 인력들도 전시물 개발에다 행정업무까지 담당해야 해 전시물 안내는커녕 교육프로그램 개발에도 여력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최소한 교육과 연구를 전담할 수 있는 인원만 확보돼도 더욱 효과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관의 주요 사업인 학생이나 교사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여름방학을 맞아 '곤충키우기', '과학산책' 등의 프로그램이 외부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하루 교육 대상 인원이 프로그램당 수십 명 정도에 머물고 있다.

특히 전국 각지의 초등학교 교사들의 연수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데도 교사 대상 연수 프로그램은 시작도 하지 못하는 상태다.

과학관 관계자는 "우리로서도 시설물들을 과학 교육용으로 적극 활용하지 못해 아쉽다"며 "교육과학기술부에 인력증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는 답만 올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하드웨어는 거창하게 만들어 놓고는, 이를 채울 내실 있는 소프트웨어 확충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건물만 그럴 듯하게 짓는다고 과학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전문 인력 지원 등 투자가 지속돼야 '과학'이 존재하는 과학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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