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참극'으로 기억될 2009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3일(한국시간)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를 5관왕에 등극시키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박태환(20ㆍ단국대)의 세계선수권 2연패 도전으로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이번 대회는 훌쩍 앞서간 세계 수영 수준에 비해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한국수영과 박태환의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 단면과도 같았다.
펠프스가 이끈 미국 대표팀이 경영 마지막 종목인 남자 혼계영 400m 결승에서 3분27초28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하면서 이번 대회에서 나온 세계신기록은 모두 43개가 됐다.
'신성' 파울 비더만(독일)이 자유형 200m와 400m를 휩쓸었고, 16세 소녀 사라 요스트롬(스웨덴)은 9년 묵은 여자 접영 100m 세계신을 갈아치웠다. 남자 100m에서는 브라질의 세자르 시엘루 필류가 마의 47초벽을 깨뜨렸다.
남자 자유형 800m에서 그랜트 해켓(호주)의 세계신기록(7분38초65)을 무려 6.53초나 앞당기며 우승한 장린(중국)은 박태환을 훌쩍 넘어 아시아 수영의 최강자로 올라섰다. 중국은 자오징까지 2관왕(여 50m배영. 여 400m 혼계영)에 오르는 등 금 4, 은 2, 동 4개로 2위 독일(금 4, 은 4, 동 2)에 근소한 차이로 뒤지며 세계 3대 경영 강국으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는 최첨단 폴리우레탄 소재의 전신수영복을 입고 뛴 기록이 공인되는 마지막 대회. 국제수영연맹(FINA)은 직물소재의 수영복만을 허용하는 새 규정을 내년 1월1일부터 발효한다. 수영복 디자인은 '남자는 허리 아래부터 무릎 위까지, 여자는 어깨선을 넘지 않으면서 무릎 위까지' 덮는 것만 허용된다.
반신수영복을 고집했던 박태환은 세계 수영계의 흐름을 거스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출전 종목(자유형 200m, 400m, 1,500m) 모두 결승진출에 실패해 전담팀의 훈련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수영복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과의 기록차가 너무 컸다. 결국 훈련부족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오는 6일 대표팀과 함께 귀국 예정인 박태환은 SK텔레콤, 수영연맹과 상의해 내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 대비할 전담코치를 선임하고 혁신적인 훈련 시스템을 수립할 예정이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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