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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외국어 고교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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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외국어 고교 문제

입력
2009.08.04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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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중학교 3학년 지현이는 전교 10등 안에 드는 상위권 학생이었다. 부모도 희망하지만 자신도 외고 진학을 간절히 바랐다.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진학 준비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남들 하듯 뒤좇았다. 하지만 고달픈 입시 준비의 중압감은 날로 커졌고, 결국 부모를 설득하여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났다.

#장면2. 여름방학 직전 오전 10시를 조금 지난 시각, 서울의 D외고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입시설명회를 개최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공고하고 예약을 받았다. 설명회 두 주일 전에 예약이 끝났다. 설명회장을 찾은 학부모의 연령은 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했다.

교육정책의 예상 밖 결과

외국어 고등학교가 입시위주 교육과 사교육 열풍의 진원지라는 지적이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한국교육종단연구 2005> 를 보면, 외고를 포함한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이 13.4%에 달하지만 특목고 입학정원은 겨우 2% 남짓이다. 학부모들이 자녀를 열정적으로 외고로 진학시키려는 이유는 각종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2007년 D외고 졸업생의 이른바 SKY 대학 진학률은 68.6%에 이른다. 일반 고교의 쇠락에 대한 우려 때문에 외고 견제도 적지 않았지만, 일부 대학은 입시에서 외고 우대 방침을 때로 공개적으로 시행했다.

이렇게 대학 진학의 유리한 통로를 어느 학부모가 외면하겠는가. 현재의 사교육비 팽창과 입시위주 교육의 광풍을 모두 외고에서 찾는 것은 단순한 논법일 수 있다. 실제로 외고가 이처럼 승승장구하게 된 것은 교육 정책의 예기치 않은 결과로 볼 측면도 있다.

1980년 7·30 교육개혁 때 외고는 특목고 신분이 아닌 '각종 학교'에 불과했다. 1992년 정규 외고로 전환한 근거는 대체로 강북에 위치한 외고를 통해 '8학군 병'을 치유한다는 교육 정책이었다. 이때 외고가 입시 명문고로 날개를 달게 된 결정적 계기는 서울시교육청이 외고 응시자격을 '서울시내 중학교 성적 상위권 5% 이내'로 제한한 방침이었다. 이렇게 본다면 외고의 성공사는 한국의 교육열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뿌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외고는 형식적으로 외국어 영재학생을 위한 학교였지만 사실상 성적상위자를 위한 학교가 되었다. 얼마 전에 나온 교육과학기술부의 2009년 외고 졸업생의 대학진학 현황 자료를 보면, 어문계열 진학률이 25%에 불과한 반면 비어문계열(의학과 이공계 포함) 진학률이 71%를 넘어섰다. 같은 특목고인 과학고 졸업생들이 의학을 포함한 이공계로 99% 이상 진학하는 것과 극히 대조적이다.

교과부도 외고가 입시과열에 끼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있다. 흔히 '곽승준·정두언 안'으로 불리는 <6·26 사교육 경감 7대 긴급대책>에도 외고 문제가 들어있다. 그 내용은 외고 선발에서 내신 반영을 대폭 제한하는 것과 입시과목과 선발 방식에 대한 규정이다. 이러한 입시 드라이브에 초점을 두는 방식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유한 기능 살려나가야

오히려 교육당국은 외고 교육과정 운영부문과 대학 진학 트랙을 과감히 교통정리하면서 학교의 정체성을 확립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교과부는 '중장기적 검토 대상'이라고 못 박으면서 외고 문제 해결을 미루고 있다.

외고 출신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새로운 특권 그룹 카르텔의 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외고를 둘러싼 파행적인 입시위주 교육풍토를 개선하고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교육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물론 그 방향은 외고에 사회적 책임성을 요구하면서도 고유한 교육적 기능을 존중한 쪽이어야 한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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