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째 잠을 못 잤어요. 솔직히 타결이든 완전 결렬이든 빨리 결정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
쌍용자동차 1차협력 업체 250개로 구성된 쌍용차 협동회의 최병훈(네오텍 대표) 사무총장의 목소리는 극도로 지쳐보였다. 밤을 새우며 협상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그는 타결 가능성에 대해 자포자기한 듯 하면서도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었다. 그 희망은 노사가 어떤 식으로든 빨리 결론을 내려주고 정부가 가능하면 개입해서 속히 수습해주는 것이다.
"결론이 늦어질수록 수습하기도 더 어렵습니다. 채권단이 제시한 시간은 오늘(31일)까지인데 어떻게 될지 한치 앞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더 이상 버티기도 버겁습니다."
쌍용차 채권단의 일원인 그는 "공장만 가동할 수 있도록 해 주면 채무도 유보하고 채권단으로서 최대한 쌍용차를 도울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협력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폐허가 된 공장을 보수하고 청소할 작정"이라며 "이러한 뜻을 노조측에 전달해달라"고 덧붙였다.
최 사무총장은 쌍용차 협력업체들의 어려운 사정을 눈물로 호소했다. "중소 협력사 2,000여개사의 수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몇 달째 월급을 받지 못해 거리로 나앉을 지경입니다" 쌍용차 협동회에 따르면 쌍용차 1차 협력업체 250개사를 비롯 2,3차 협력업체 1,900개사 모두가 실질적인 파산 상태다. 1차 협력사들은 그나마 회사 문이라도 열었지만 2차, 3차 업체는 사실상 문을 닫았다.
그는 평택에 위치한 쌍용차 1차 부품업체인 A사를 예로 들었다. "이 업체는 쌍용차로부터 지난해 11월부터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해 180명에 달하던 직원 숫자가 120명으로 줄었습니다. 그나마 20여명만 출근합니다. 직원 월급도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아 지급했으나 이마저도 지난 5월부터 끊겼습니다."
그는 쌍용차 협력업체들이 이처럼 힘든 상황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에다 하소연 할 곳조차 없다고 하소연 했다. 오히려 언론에 어려운 사정이라도 알려지면 그날 금융권으로부터 곧바로 자금 회수 전화가 걸려 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협력업체의 경우 어려운 소식이 전해지자 10여곳에 달하는 은행으로부터 대출금 회수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그는 "대출을 해주지 못할 망정 이자를 내놓으라고 한다니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협력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시간을 기다릴 수 없고 기다리지도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로서는 솔직히 협상을 질질 끌 바에야 차라리 파산하는 게 낫지만 아무래도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협상이 당장 타결되더라도 걱정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자동차 생산라인이 재가동하려면 10일정도의 준비작업이 필요하고, 또 공장생산에 들어간 후에도 쌍용차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납품대금을 즉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 사무총장은 "31일까지 협상이 타결을 보지 못하면 조기 파산 요청서를 낼 것"이라며 "제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빌고 또 빈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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