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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우주기술 강국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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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우주기술 강국의 길

입력
2009.08.0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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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와 탑승객의 안전을 위해 개발된 자동차 에어 백은 이제 거의 필수 사양이 됐다. 에어백 시장은 세계적으로 연간 6~8조 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이고, 우리나라도 7천억 원 규모에 이른다. 그런데 이 자동차 에어백에 우주기술이 적용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의 아리랑위성 1호를 공동개발했던 미국 TRW사는 로켓에서 인공위성을 분리하는 기술을 자동차 에어백에 적용해 북미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우주기술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전략기술이면서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 효과가 매우 큰 고부가가치 기술이다. 우주의 극한 환경을 견뎌야 하는 우주 부품들은 기계 전기 전자 화공 신소재 등 거의 모든 과학기술 분야가 어우러진 첨단기술의 집약체이다. 우주용 메모리 칩은 일반 상용 칩에 비해 훨씬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주요 제품의 단위 무게당 가격을 비교하면 통신위성은 승용차의 3,000배가 넘는다. 그만큼 우주기술은 높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

또한 우주기술이 신산업 창출에 공헌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생활필수품인 정수기, 전자레인지, 의료용 검사기기 CT와 MRI, 위성위치확인장치GPS를 활용한 내비게이션 등 우주기술의 파급효과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우주기술은 국가 전략기술로서 기술이전이 엄격히 통제되어 있기 때문에 핵심기술 확보가 쉽지 않다. 선진국보다 30~40년 늦게 우주개발을 시작한 우리나라는 그 동안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다. 그러다 보니 한정된 자원과 시간 때문에 우주 핵심기술 개발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왔다.

우리나라는 IT와 NT등의 강점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들을 우주기술에 접목해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다른 산업으로 확산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해외로부터의 기술이전이 어려운 품목을 골라 일반 산업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개발한다면 우주는 자동차 조선 IT 기술에 이어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상위 수준인 우리나라의 중대형 렌즈 연마기술을 위성카메라 기술에 접목하면 800억 달러에 이르는 광학기기산업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위성영상 고속자료처리 기술은 14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있는 차량용 블랙박스 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 통신위성을 활용해 물류서비스 산업을 창출할 수 있고, 교통 통신 등에 위성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 등 높은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주개발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데 비해 당장 성과가 나타나는 분야가 아니다. 그러나 우주기술은 국가 경쟁력을 상징하기에 세계 여러 나라들이 경제력과 상관없이 국가 적 차원에서 우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첨단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우주개발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15년 남짓한 짧은 우주개발 역사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냈다. 세계 13번째로 우주센터를 보유한 나라가 됐고, 독자 발사체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나라가 됐다. 여기서 더 나아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고 우주산업을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주 핵심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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