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가 4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격하게 육감적인 라인, 작은 모공조차 용납하지 않는 완벽한 피부, 실리콘과 뽕팬티 없이도 빵빵한 가슴과 착한 엉덩이'를 가진 여기자의 역할로.
'찬란한 유산' 후속으로 1일 첫 회가 방송되는 SBS 드라마 '스타일'에서 패션잡지 편집장 박기자 역할을 맡은 김혜수를 시놉시스에서 묘사한 표현이다. 기자 역할의 그를 묘사하는 또다른 표현은 '절라 쎌 기에, 자뻑 자자를 쓰는 것이 분명한 여자'.
그를 드라마 방영에 앞서 만났다. '스타일'은 패션세계 여성들의 사랑과 욕망을 그린 드라마로, 소설가 백영옥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스타일'지 편집장 박기자와 1년차 어시스턴트 이서정(이지아), 성공한 요리사 서우진(류시원), 사진작가 김민준(이용우)이 숨 가쁘게 돌아가는 패션잡지사를 배경으로 전문직 여성의 일과 사랑을 보여준다.
김혜수가 맡은 도도하고 까칠한 박기자는 일에 있어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패션에 죽고 사는 여자다. '평범하게 늙어주는 인생? 개나 먹어!' '요실금 기저귀를 차도, 나는 여자다'는 시놉시스 문구가 '박기자 포스'를 제대로 표현해준다.
항상 '엣지있게'(최첨단의, 독특한, 강렬한 이미지를 주라는 뜻)를 외치는 박기자는 패션뿐 아니라 일도 빈틈없이 처리하는 여자다. 이 박기자, 딱 김혜수 같다.
"후배들이 촬영장에서 저만 보면 자꾸 인사를 해요. 제가 연기를 오래 한 선배이기도 하지만 이제까지 맡은 역할도 세고, 실제 연기할 때 말과 표정이 매섭기 때문에 어렵게 느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 박기자만큼 기가 세거나 냉혹하지는 못하고요, 폼나게 엣지있게 살지 않아요."
외적으로 봤을 때 박기자와 궁합이 잘 맞는 김혜수지만 그의 '스타일' 출연은 약간 의외다. 그간 김혜수는 '얼굴없는 미녀'(2004) '타짜'(2006) '열한 번째 엄마'(2007) '모던보이'(2008) 등 작품성 있는 영화에 출연하며 스타보다는 연기파 배우로서의 이력을 쌓아가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소에 연기보다는 외적인 모습에 주목하는 대중의 시선을 불편해하던 그가 아닌가. 그런 그가 속옷이 다 비치는 시스루 상의를 입고 일하는 패션잡지 편집장 역할이라니.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내 외모가 건재하다는 걸 확인이라도 하고 싶은 걸까.
"물론 그 고민은 했어요.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인데 패션을 보여줘야 하는 역이 과연 나에게 득일까 실일까 생각했죠. 제가 영화제 때문인지는 몰라도 패션에 굉장히 신경 쓰는 듯한 화려한 이미지가 많았거든요. 그런 이미지가 제가 맡은 배역에 몰입하게 하는데 방해를 하기도 하지만, 마음에 가는 배역을 그 사실 때문에 마다할 이유는 없죠."
드라마 출연을 수락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오종록 PD의 연출력에 대한 믿음이었다는 김혜수. 그는 촬영 1주일 전에 출연을 결정한 탓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보지 못했다. 그 때문에 그 영화에서 악마같은 편집장으로 열연한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참고하지 못했다고.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이 훌륭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스트립 연기가 어쨌다 한들 제가 흉내내기 쉽지 않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요. 한 전문직종에서 오래 일하고 자신의 일에 완벽한 철학이 있는 여자의 고뇌와 인간적인 이면을 그리는데 중점을 둬 연기할 생각입니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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