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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농구 이면계약' 사과도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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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농구 이면계약' 사과도 없는가

입력
2009.08.0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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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오리온스-김승현 이면계약 파문'이 일단락됐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수준의 '솜방망이 징계'다.

전육 한국농구연맹(KBL) 총재, 심용섭 대구 오리온스 단장, 김승현(31ㆍ오리온스). 이 세 명이 마주 앉은 도박판에서 전육 총재는 힘겹게 본전은 찾게 됐다. 특정 단장의 도움으로 어렵게 총재 직함을 단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이면계약서의 실체를 공개해 명분을 갖췄다.

물론 '솜방망이'만 마음껏 휘두르는 데 그쳤지만 팬들의 원성에도, 언론의 비판에도 두 귀를 막아버린 총재는 일단 "내 할 일은 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달라는 것 뿐"이라고 부르짖던 김승현은 큰 손해를 면치 못했다.함께 땀 흘리는 동료들도, '김승현'을 외치던 팬들도 이제 그를 싸늘한 눈으로 노려본다. 그 동안의 불성실에 대한 대가인 셈이다. 다만 그에게는 2라운드 이후 멋진 플레이로 빚을 갚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다.

누가 뭐라 해도 이번 대결의 최후 승자는 심용섭 단장이다. 심 단장은 3,000만원(KBL 제재금)을 베팅하고 지난 몇 년 동안 골치를 썩였던 '김승현 이면계약서'를 허공으로 후련하게 날려버려 수 억원의 이득을 봤다.

'계약서고 뭐고 이제는 못 주니 알아서 하라'고 했던 막무가내 행동도, "이면계약은 없었다"는 기도 차지 않는 거짓말도 시간의 흐름 속에 잊혀지게 됐다.

'징계가 약하다'는 푸념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 너무나도 굳은 심지를 지닌 '높으신 분들'이 어떤 대답도 해주지 않을 것을 이제는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회견이 됐든, 아니면 그 어떤 공개적인 자리가 됐든 전 총재와 심 단장은 그 동안 너무나도 큰 실망을 안겨준 농구팬들에게 진심을 담은 사죄를 해야 할 것이다.

팬들의 실망을 끝까지 외면한다면 심 단장에게 핵심 계열사 수장을 맡긴 국내 굴지 대기업 오리온스도, 전 총재가 이끄는 '겨울 스포츠의 꽃' KBL도 정의와 원칙을 무시한 '3류 집단'에 지나지 않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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