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미래가 풍전등화처럼 불안해졌다.
일단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로 등 돌린 노사, 협력업체들의 납품포기 선언, 채권단의 '최후통첩' 등 3가지 이유가 쌍용차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다. 2일 협상 결렬 직후 기자회견을 가진 사 측이 "청산을 전제로 한 회생계획안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쌍용차 존립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법원의 움직임 역시 주목된다. 회사 회생을 위한 노사 교섭이 결렬됨으로써 법원은 다음달 15일로 예정된 채권단 집회 기일 이전에 법정관리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법원 입장에선 노사 협상 무산을 쌍용차 존속가치 상실로 판단,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파산이 결정될 경우, 이 과정에서 이뤄질 채권 변제의 우선순위가 관심사다. 금액순으로 보면 협력업체들의 매출 채권이 2,67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산업은행의 평택공장 담보 채권(2,380억원), 직원들의 임금 채권(5월 말 현재 500억원대) 등 순이다. 하지만 협력업체들의 매출 채권은 무담보이자 후순위 변제 채권인 만큼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봐야 한다. 업계 주변에서 "영세한 협력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에서는 사 측이 언급한'청산형 회생계획'을 파산 절차나 다름 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청산형 회생계획안에서는 자산의 처분 및 자산 처분으로 회수한 자금을 채권자에게 분배하는 방법을 규정하게 되는데, 자산처분 및 분배 절차가 모두 끝나면 채무자(회사)는 해산돼 소멸하기 때문이다.
쌍용차 파산시 예상되는 항로는 크게 두 가지다. 제3자 매각과 새로운 쌍용차(굿 쌍용) 출범이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제3자 매각은 회사를 팔아 새 법인으로 재탄생하는 방법이긴 하나, 실현 가능성은 아주 낮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신차가 없고 브랜드 가치도 낮은데다 이번 사태로 대외 신인도 마저 추락할 대로 추락해 쓰기 힘든 카드"라고 잘라 말했다. 볼보의 경우 구조조정까지 다 마친 상태이지만 아직 팔리지 않고 있고, 구매력이 있는 중국 업체들은 GM 포드 등 미국 주요 자동차 회사가 보유한 고급 브랜드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사정을 감안하면 외부 인수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쌍용차의 부실 자산을 털어내고 우량 자산만 골라 이른바'굿 쌍용'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지만 난망하긴 마찬가지다. 이 방안은 협력업체 채권단이 최근 제시한 것으로 미국 정부가 추진한 GM의 구조조정 계획을 모방한 것. 그러나 쌍용차의 경우 GM과 달리 따로 떼어내거나 분리할 수 있는 자산과 사업이 없다. 또 협력업체 채권단이 매출채권 2,670억원의 출자전환 계획을 밝히기도 했지만 '굿 쌍용'을 정상화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은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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