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체제의 전설'로 토지 사유제를 거부한 채 전통 사회주의식 집단노동을 고수해온 중국의 마지막'인민공사(人民公社)' 마을이 최근 퇴출 위기를 맞고 있다.
2일 중국 베이징 일간 칭닌바오(靑年報)에 따르면 중국 허베이(河北)성 뤄자좡(呂家莊) 마을은 중국 당국이 1982년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상징이었던 인민공사를 해체, 농민들에게 토지를 배분하는 농지개혁을 단행했으나 이를 거부한 채 지금까지 30여년간 집단노동과 공동분배 체제로 운영되는 인민공사를 고수해 왔다.
개혁개방의 대세를 거스른다는 비난과 조롱이 뒤따랐지만 이 마을을 30여년간 이끌어온 가오넝촨(高能權ㆍ91ㆍ사진) 당서기는 합리적인 작업 배분과 잇단 개혁 조치를 시행, 뤄자좡을 부자마을로 성장시켜 지금까지 인민공사 체제를 유지해왔다. 가오 당서기는 ▦농지와의 거리 ▦작업의 난이도 ▦일의 깨끗함과 더러움 등을 면밀히 나눠 작업을 배분하는 노동정액관리제를 도입하고 간부들의 솔선수범을 강조, 향(鄕) 간부는 연간 100일, 대대 간부는 200일, 생산대장은 300일 이상 노동에 참여토록 독려했다.
간부들이 앞장서고 합리적인 노동 및 생산물 분배제가 시행되면서 주민들이 의욕적으로 노동에 참여, 이 마을은 다른 마을들과는 차별화될 만큼 경제적 부를 일궈냈다. 생산물을 풍족하게 나눠주고도 해마다 적립되는 마을 공동재산을 이용해 다른 마을에서는 엄두조차 못 낸 기계화 농사를 도입하는가 하면 20년 전 공업화에 눈을 돌려 제지ㆍ담요ㆍ철물ㆍ모자공장 등 16개의 집체기업을 설립해 한때 연간 1,000만위안(약 18억원)의 이윤을 창출하기도 했다.
가오 당서기는 거듭되는 경제성장에 힘입어 매번 당서기에 당선돼 올 3월 선거에서도 95%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재선됐다. 그러나 나이에는 장사가 없는 법. 그가 노화로 리더십이 약해지면서 사회주의체제의 전형적인 병폐인 눈치보기와 업무 태만, 적당주의가 만연, 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러자좡은 최근 수년간 쇠퇴를 거듭하고 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16개의 집체기업은 모두 도산, 현재 모자공장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해 뤄자좡 마을 농민 1인당 순 수입은 6,200위안(약 111만원)으로 주변 마을 농민의 순수입 6,794 위안에 한참 뒤지면서 가오 당서기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청년보는"천재적 재능과 뛰어난 카리스마를 갖춘 리더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며 중국의 마지막 인민공사의 좌초위기를 안타까워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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