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흠'이란 위장전입을 일컫는 말이었을까. 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가 자녀 교육을 위해 위장전입 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먼저 인정하고 나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 내정자는 지난달 31일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1992년과 97년 서울 반포동으로 가족이 두 차례 위장전입했던 사실을 '자진실토'했다. 인사청문회 등에서 불쑥 이 문제가 튀어나와 문제가 커지기 전에 고해성사를 한 셈이다. 차기 총장 내정 직후 "작은 흠은 있을지 몰라도 큰 잘못은 없었다", "100% 백옥 같기야 하겠느냐"던 언급이 바로 이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야당에선 벌써부터 김 내정자의 도덕성을 문제삼는 분위기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전 정권에서 위장전입은 총리 내정자도 낙마시켰던 범법행위"라며 "이 정권에선 위장전입은 죄도 아니냐"고 성토했다. 실제로 국민의정부 시절 주양자 전 보건복지부장관(1998년)과 장상ㆍ장대환 전 총리 서리(2002년) 등이 같은 문제로 장관직을 사임하거나 총리 인준과정을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위장전입 사안이 청문회에서 얼마만큼의 파괴력을 발휘할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스폰서 의혹'으로 낙마했던 천성관 전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으나, 이와 관련해선 별다른 공격을 받지 않았다. 김 내정자가 적극 해명한 바 있는 '귀족스포츠' 논란이나 미스코리아 지역예선대회의 심사위원장 경력 등도 논란이 되겠지만, 거취를 결정할 정도의 중대한 문제로 인식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문제는 그 외의 또 다른 '작은 흠'이 불거져 나올 경우다. 여러 작은 흠들이 계속 드러날 경우 여론은 부정적인 쪽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전반의 기류는 아직 조심스럽다. 무엇보다 김 후보자에 대한 '정보' 자체가 부족하다. 여당인 한나라당의 한 법사위원조차 "이제서야 자료를 찾아보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김 내정자가 수사보다는 주로 기획ㆍ국제 분야에서 근무했던 탓인지, 천 전 후보자처럼 담당 사건이 정치 공방의 소재가 되는 경우도 아직은 없다.
김 내정자 본인이 실토한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선 여야 간에 옹호와 비판이 갈렸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노 대변인의 공식 성명과는 달리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당론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한 원내부대표)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도덕성과 자질을 철저히 검증하되, 또다시 낙마를 전제로 파상공세를 펴는 데에는 민주당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한나라당에선 "문제가 있다면 꼭 감쌀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한 수도권 초선의원)는 유보적인 평가도 꽤 있다. 천 전 후보자에 대해 감싸기로 일관했던 데 대한 자성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