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쌍용차 협상 진통 계속/ 이정아 노조 가족대책위원회 대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쌍용차 협상 진통 계속/ 이정아 노조 가족대책위원회 대표

입력
2009.08.02 23:48
0 0

"마지막 협상이라 그런지 참 힘드네요." 31일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 마련된 노조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대위) 천막 안. 교섭 재개를 앞두고 만난 이정아(37) 대표는 "좋은 결과가 금방 나올 줄 알았는데 쉽지가 않나 보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노조의 공장 점거농성 이후 72일째 현장을 지키고 있다. 그 새 얼굴을 시커멓게 탔고 임신 6개월째인 배도 눈에 띄게 불렀다. 남들 같으면 태교에 신경 쓸 때지만 그는 쌍용차 해결에 도움이 될까 노숙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와 회원들은 29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을 만나 노조원 가족들이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 몰려 있는지 설명하고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잘 곳이 없어 노숙을 한 다음날에는 조계사에 들러 사회부장 스님도 만나고 서울 영락교회에도 들렀다. 또 국회 의원회관을 3바퀴나 돌며 의원들과 보좌관, 심지어 말단 직원들까지 만나 손을 잡으며 "쌍용차 노조원들의 심정을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들은 이 같은 행동이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공장 안에 있는 남편들로부터도 "도움이 안 되니 집에 있으라"는 핀잔을 듣지만 매일 이곳 저곳을 다니고 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단다.

현장에 나와 있는 70여일 동안 집안 살림은 그야말로 엉망이 됐다. "이곳 회원들 모두 친정이나 시댁에 아이를 맡기고 이곳에 나와요. 설거지나 빨래가 얼마나 쌓여 있는지도 모르죠." 그나마 맡길 곳이 없는 회원 아이들은 가대위 천막 근처에서 구정물을 벗삼아 논다고 했다.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하죠. 하지만 아이들도 엄마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 나중에는 이해해 줄 거라고 믿어요.

가정 경제도 파탄 직전으로 내몰렸다. 7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 다들 청약통장 깨고 보험을 해지해 버티고 있다. 비싼 이자 내고 신용대출을 받아 생활하는 회원도 부지기수다. 그는 "애들 학습지나 학원은 진작에 다 끊었고, 마트도 웬만하면 가지 않는다"면서 "그나마 시민사회단체 등이 구호물품으로 보내줘 끼니는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아파트에서 형제처럼 지내던 직원들이 노조와 비해고 임직원으로 갈려 서로 원수처럼 된 것은 이들이 느끼는 가장 큰 슬픔이다.

그는 "회원 중 한 분은 아파트 7층에 사는데 회사측 직원과 마주치기가 싫어 엘리베이터를 피해 계단으로 오르내린다"면서 "한때는 형 동생 하며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던 사람들인데…"라며 말 끝을 흐렸다. 회원들 중에는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평택을 뜨겠다는 사람도 많단다.

그는 31일까지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파산을 신청하겠다는 채권단에게 "답답하겠지만 좋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금만 참고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조금씩 나누며 함께 살자는 우리의 구호가 그렇게 무모한 것이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주길 진심으로 부탁한다"고 울먹였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