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공룡' 아르셀로 미탈이 한때 자신을 통째로 삼키지 않을까 걱정했던 포스코. 1990년대부터 2006년까지 마구잡이식으로 경쟁사들을 인수ㆍ합병(M&A)하면서 덩치를 키운 세계 1위의 철강기업 아르셀로 미탈. 지난해 금융위기로 촉발된 전세계 경기의 동반 침체는 이들의 운명을 바꿔놓고 있다.
포스코는 그간 축적해 놓은 현금으로 '불황기에 투자하라'는 경영학 원론을 실천하고 있는 반면, 아르셀로 미탈은 거센 외풍에 견디다 못해 감원과 감산에 이어 역(易)M&A까지 나서고 있다. 경기에 후행하는 철강산업의 특성상, 미탈의 '역주행'과 포스코의 '비상'이 당분간 지속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아르셀로 미탈은 불황 타개 차원에서 최근 30억 달러(3조6,000억여원) 규모의 스테인리스 사업부문을 다른 철강업체와 합작방식으로 떼어내는 것을 검토 중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감소와 수익성 악화 탓에 그대로 놔둘 경우, 자칫 '몸통'마저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르셀로 미탈의 위기는 그간 실적흐름에서도 나타난다. 작년 3분기까지 흑자를 냈던 미탈은 4분기 35억달러의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올 1분기 10억달러의 손실을 냈다. 자동차와 전자 등 철강을 주로 사용하는 업황을 고려할 때 2분기에도 대규모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다.
그렇다고 미탈이 내부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간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주요 거점에서 철강 생산을 중단했고, 올해 17개국의 생산거점에서 전체 직원(33만명)의 3%가량을 감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계 바늘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 반면 그간 때를 기다려온 포스코는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작년 말부터 감산하고 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향후 수요증가를 고려해 지난 달 21일부터 세계 최대인 연간 500만톤(승용차 500만대 생산량) 규모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고로를 가동하기도 했다.
또한 호황기 인수했던 기업들을 불황기에 토해내는 미탈과 달리, 포스코는 최근 신규투자와 함께 기업들을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올 6월 말레이시아와 중국에 각각 12만톤, 18만톤 규모의 자동차강판 가공센터를 준공했고, 8월 초에는 멕시코에 연산 40만톤 규모의 자동차강판 생산공장, 그리고 연말께 연산 120만톤 규모의 베트남 냉연공장도 가동할 예정이다.
M&A도 적극적이다. 이달에만 스테인리스 제조업체인 대한ST의 최대주주가 됐고, 베트남의 아시아 스테인리스 컴퍼니(ASC)도 인수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추가적으로 M&A를 물색 중이다. 이미 미탈로부터 스테인리스 사업부문 분사의 합작파트너가 돼 달라는 '러브 콜'까지 받고 있는 상황. 이동희 사장(재무담당)은 "최근 2, 3년간 M&A를 했던 철강사들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만큼, 우리에겐 M&A 기회가 많을 것"이라며 불황기 역발상 경영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포스코는 아울러 '실탄'이 상대적으로 넉넉하다. 경쟁업체들이 대부분 적자를 보는 것과 달리, 2분기에도 소폭이나마 흑자를 기록했고, 3분기부터는 원료(철광석ㆍ석탄)값 인하와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포스코가 이례적으로 하반기 영업이익이 상반기(5,400억원)의 3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김경중 삼성증권 파트장은 "경기침체로 전세계 철강 분야 가동률이 작년 90%에서 현재 50%로 떨어져 있는 상태"라면서 "그간 덩치를 키워온 업체들은 고정비를 감당 못해 자꾸 몸집을 줄일 수 밖에 없는 반면, 포스코처럼 슬림화를 잘한 곳은 지금이 오히려 M&A의 좋은 기회"라고 진단했다.
▦7월 포스코 경영 일지
7.22 - 베트남 냉연업체 하모스(HAMOS) 지분 50%를 추가 인수해 경영권 장악
7.21 – 세계 최대 연산 500만톤 규모 용광로 광양4고로 개수 완료
7.17 – 베트남 철강회사(ASC) 인수
7.17 – 스테인리스업체 대한ST 인수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