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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 회사서 쫓겨나고 아내는 가출하고 나는 토끼가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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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 회사서 쫓겨나고 아내는 가출하고 나는 토끼가 되었네

입력
2009.08.0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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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아리 지음/포럼 발행ㆍ256쪽ㆍ1만1,000원

'어중이 떠중이 안전빵'으로 묻어가는 직장생활, 열정적이지도 시들하지도 않은 애정을 유지하던 결혼 3년차의 사내. 평범한 이 사내에게 나쁜 일이 한꺼번에 닥친다.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당하고 아내는 집을 나간다. 밀려드는 막막함에 그는 하릴없이 동네를 배회하다가 쓰레기통에서 그를 위로해줄 '그것'을 발견한다. 그를 위로해줄 그것은 토끼모자와 꼬리가 달려있는 토끼바지. 토끼로서의 삶을 결심한 그는 친구를 만날 때도, 만화대여점을 찾아갈 때도 그 옷을 벗지 않는다. '변태' 혹은 '또라이'가 아니냐는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지만 그는 깨닫는다. 살면서 이렇게 존재감이 뚜렸했던 적이 있었던가.

권태로운 일상에서 빠져나온 그를 기다리고 있는 인물들 역시 흥미롭다. 체면이나 예의는 차리지 않는 인터넷 야설작가 오세리, 다른 남자의 아이를 배고도 태연히 토끼사내에게 함께 살자고 하는 싱글맘 정은, 여자공포증이 있는 중년의 비관주의자 북극곰, 몰래몰래 다른 음식을 먹지만 오이만 먹고 사는 인물로 소문난 오이 할아방…. 이들은 세상의 기준으로 보자면,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난 '찌질한 루저'들이다.

꽉 짜인 일상, 권태로운 현실에서 벗어나 토끼가 됨으로써 자신의 본모습을 발견해간다는 상상력이 재미있다. 냉소와 위트가 잘 혼합된 쿨한 스타일이 어울려 '전아리표'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를 채워준다. 소설가 이순원씨는 "현실 밖으로 조금만 발을 내밀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재미있게 보여준다"며 "많이 읽히는 외국소설들과 당당하게 겨루면서 새로운 독자층을 형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느껴진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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