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면부지인 사람들과 겸상을 하게 된다. 점심 시간이면 맛집 앞에는 길게 줄이 늘어선다. 자리가 나는 대로 머릿수 채우듯 앉다보니 그런 일들이 종종 생긴다. 예전이면 생각도 못할 일인데 아무래도 맛집이 만들어낸 문화인 듯하다. 대부분 4인용 식탁이 협소한 내부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일행이 다섯이라면 그 중 한 명은 함께 앉지 못하고 바로 옆의 식탁, 두세 명이 앉고 남은 자리에 앉게 된다.
여러 명이 함께 앉는 장의자라면 처음 본 사람들끼리 합심해서 의자를 당기거나 물리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대화가 건너오고 우리의 대화가 건너간다. 안 들리는 척 무심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누군가의 말에는 귀가 솔깃해지기도 한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아가씨도 있고 면접을 앞둔 청년도 있다. 밥 먹는 그 이십여 분 동안이면 옆 사람의 프로필 정도는 어느 정도 꿰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건 이 자리를 떠나면 영영 만나지 않으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그렇게 옆 자리에서 건너온 말을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었다.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기야." 살짝 곁눈질로 보니 막내동생 또래인 삼십대 중반의 두 남자가 우동 그릇을 앞에 둔 채 말이 없었다. 무슨 고민이 있는 걸까. 두 사람은 정말 맨땅에 헤딩이라도 한 듯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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