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접전 끝에 맞이한 마지막 5세트. 15-14에서 삼성화재 세터 최태웅은 오른쪽으로 토스했다. 허공에 솟구친 장병철의 스파이크에 맞은 공은 현대캐피탈 진영에 내리 꽂혔다. 이 한방에 그 동안 2인자로 살아야만 했던 설움과 한(恨)이 모두 씻어지는 듯 했다. 삼성화재의 3-2(19-25 30-28 26-24 21-25 16-14) 승리.
33세 노장 장병철이 생애 처음으로 우승의 주역이 됐다. 부산ㆍIBK 국제배구대회 최우수선수가 된 장병철은 소감을 묻자 "행복했습니다"라고만 말했다. 삼성화재가 9연패(97~2005년)할 때 3년 선배 김세진의 그림자에 묻혔다.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도 결승전에선 벤치를 지켜야만 했다. 2007년부턴 용병 레안드로와 안젤코에 밀려 조연에 머물렀던 터라 감회가 남달랐다.
'무적함대' 삼성화재에 탑승한 장병철 등은 위기마다 강해졌다. 1세트를 뺏겼지만 2, 3, 5세트를 듀스 끝에 따냈다. 장병철은 28-23 동점인 2세트에 오른쪽 강타를 연거푸 성공시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던 5세트에서도 장병철은 고비마다 오른쪽에서 스파이크를 때려댔고, 국가대표 세터 3인방이 버틴 현대캐피탈 블로킹은 뚫렸다.
장병철이 32득점한 삼성화재가 2일 막을 내린 부산ㆍIBK 국제배구대회 결승에서 맞수 현대캐피탈을 꺾고 우승했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용병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용병 없이 이길 수 있어 기쁘다"는 말로 우승 소감을 대신했다. 여자부에선 중국 톈진이 현대건설을 3-2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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