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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소설집 '희망사진관'/ 폭력적인 인간의 길, 여성성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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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소설집 '희망사진관'/ 폭력적인 인간의 길, 여성성에서 길을 찾다

입력
2009.08.0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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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70)씨의 새 소설집 <희망사진관> (문학과 지성사 발행)의 수록작 '나무의 길'은 작가가 거처하고 있는 고향 전남 장흥의 작은 토굴 작업실이 무대다.

작가의 분신인 화자는 멀리 소록도가 굽어 보이는 토굴에서 걸어 나와 바닷가를 산책하며 인간과 우주에 대한 사유의 날개를 펼치고 소설을 구상한다. 과연 사람의 길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화자에게 어느 날 토굴 앞의 늙은 감나무가 말을 건다.

"이 세상의 삶이 인간이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하고 인간 본위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그대의 휴머니즘이란 것이, 우주 삼라만상에 얼마나 큰 죄를 짓고 있는 줄 아는가? 인간의 길이 공격적인 남근의 길이라면 식물성인 나의 길은 수용하고 키워내는 여근(자궁)의 길이네."

<희망사진관> 에는 남성성으로 대변되는 현실세계의 폭력성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각이 뚜렷이 녹아있는 10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인간만을 위한 인간주의, 개발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에서 출발해 10여년간 여성성ㆍ식물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 작가의 생각이 소설적으로 형상화했다.

자기의 삶이 없고 자기의 자궁 속에 든 아기의 삶만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한 대리모들이 막상 출산 후 설움에 겨운 눈물을 흘린다는 '서러운 눈물로' , 남성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사회적인 폭력을 경험한 한 여성이, 여성적 정체성에 대한 주체적 자각을 통해 차별적 시선을 극복한다는 '고추밭에 서있는 여자', 꽃과 대화를 하는 무녀 출신의 촌로에 대한 이해의 과정을 담은 '산 목련꽃' 등은 작가의 이런 주제의식을 잘 그려내고 있다.

한씨는 '작가의 말'에서 "우주의 율동은 남근적인 가학(공세)과 자궁적인 피학(포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은 모성의 우주 속에서 떼쓰는 아이들이다"라고 썼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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