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등 미국 9개 대형은행이 지난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받고도 임직원 1인당 최고 1,800만달러(약 220억원)의 보너스 잔치를 벌인 것으로 밝혀져 월가의 도덕성 해이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31일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검찰총장의 보고서를 인용한 워싱턴포스트(WP) 등의 보도에 따르면 9개 은행은 지난해 총 810억달러의 적자를 냈으면서도 326억달러를 보너스로 지급했다. 지난해 이들은 미 재무부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따라 모두 1,750억달러를 수혈받았다.
1인당 보너스를 많이 지급한 곳은 주로 투자은행(IB)이었다.
골드만삭스는 1인당 평균 16만 420달러를 지급해 9개 은행 중 1위였다. 이 가운데 상위 4명은 1인당 평균 1,100만달러를 받았다. WP는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23억달러의 이익을 내고,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48억달러 2,000만달러를 보너스로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총액으로 환산하면 이 투자은행은 953명에게 모두 48억 2,000만달러를 지급했다.
모건 스탠리는 1인당 평균 9만 5,286달러를 지급해 2위를 기록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골드만삭스 못지 않다. 이 은행은 상위 4명에게 1인당 평균 1,800만달러를 지급해 이 분야 최고였다. AFP통신은 "이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이 17억달러인데, 보너스 지급액은 이보다 2.5배 많은 44억달러"라고 비꼬았다.
100만달러 이상을 수령한 임직원수에서 골드만삭스가 953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씨티그룹(738명), 메릴린치(696명), 뱅크오브아메리카(BOAㆍ172명), 웰스파고(62명) 순이었다. 투자은행이 압도적으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여기에 비해 소매 중심의 은행은 상대적으로 건실한 보너스 지급 정책을 펼쳤다. 웰스파고는 1인당 보너스 지급액이 3,470달러로 가장 낮았고, 경영진은 보너스를 한푼도받지 않았다. BOA도 1인당 보너스 지급액이 1만 3,580달러 수준이었다.
보고서가 발표되자 미 의회는 성토의 포문을 열었다.
공화당의 에돌푸스 타운스 하원의원은 "국민은 이 문제에 대해 답변을 들을 필요가 있다"며 청문회 추진에 나섰다. 민주당은 대형 금융회사의 급여와 보너스를 제한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WP는 "지난해 월가 일부 은행이 정부의 감독이 강화되자 보너스를 규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정책을 펼쳤다"며 "의회가 추진중인 금융사의 급여 제한 법제화가 힘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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