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10시55분. 전문경영인으로서 처음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5대 회장에 오른 박찬법 신임 회장은 취임식과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서둘러 아시아나항공 광주행 비행기(OZ8703편)에 몸을 실었다.
광주는 금호아시아나가 태동한 그룹의 '고향'이자, 창업주 고 박인천 회장 묘소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박삼구ㆍ박찬구 회장의 노모 이순정 여사의 자택이 있는 곳. 박찬법 회장은 여기서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박찬법 회장은 무거운 표정으로 광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만큼 그가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박찬법 회장의 숙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새 선장이 된 박찬법 회장이 떠안은 가장 골치 아픈 과제는 형제간 분쟁의 뒷수습이다.
물론 전문경영인으로서 오너의 '집안 싸움'을 중재할 여지는 거의 없다. 어차피 그는 '박삼구 회장의 사람'인 만큼, 박찬구 회장을 설득하는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이 다툼으로 야기된 그룹 내 동요와 대외신뢰도 하락을 바로잡는 것은 박찬법 회장이 풀어야 할 몫이다.
박찬법 회장이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그룹 안팎의 동요로 인한 혼란의 가능성이 사라졌음을 강조한 것도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역설로 풀이된다. 그는 "(총수 일가의 동반퇴진 등) 일련의 조치를 통해 일사불란하게 의사결정을 지을 경영체제가 확립됐고 모든 혼란은 완벽하게 종결됐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찬구 회장의 해임과 관련된 법적 분쟁이나 박 회장의 석유화학부문 계열분리 가능성은 모두 '제로'인 만큼, 앞으로 조직의 재무ㆍ심리적 안정을 위해 11월까지는 인사를 포함한 모든 시스템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법 회장에게 던져진 또 하나의 숙제는 구조조정을 통한 그룹경영의 정상화다. 특히 대우건설 등 핵심 계열사 매각은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인 만큼, 그룹 회장으로서 이들 회사 매각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그에겐 큰 짐일 수 밖에 없다.
전문경영인으로서 소신 있는 경영을 펼치고 새로운 성장 비전을 제시하며 직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카리스마도 필요한 덕목. 이와 관련 박찬법 회장은 "(박삼구 명예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본인에 대한 전폭적 지지와 성원을 보낸 만큼 그룹을 소신껏 이끄는 데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또 "기존 사업 중 경쟁력 있는 분야를 확장하는 것을 그룹 성장동력으로 삼을 생각"이라며 "조속한 시일 안에 그룹이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광주행 의미는
박찬법 회장의 공식적인 광주 일정은 광주 북구 죽호학원내 위치한 창업주 고 박인천 회장의 묘소를 참배하는 것과 박삼구 명예회장의 본가인 광주 금남로 자택안에 마련된 금호아시아나 박인천 회장 기념관을 둘러보는 것 뿐이다. 그러나 박 명예회장의 노모인 이순정 여사가 금남로 자택에 살고 있는 만큼, 총수 일가의 웃어른인 이 여사를 만나 취임 인사를 드리고 그룹 경영에 대한 이 여사의 당부의 말도 함께 전해 들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광주 방문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새롭게 출범하는 그룹의 변화를 창업 회장에 참배를 드리며 알리는 예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그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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