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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 이건산업 고문, 전쟁史 '나잡비행장'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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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 이건산업 고문, 전쟁史 '나잡비행장' 출간

입력
2009.08.0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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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고 불운한 역사라고 외면하면 언젠가 또 다시 굴욕을 당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굴욕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후손에게 상기시켜 줘야 하지 않을까요."

목재전문기업 이건산업㈜의 권주혁(56) 고문. 직업군인도 역사학자도 아닌 그가 태평양 전쟁사를 다룬 <나잡 비행장> 을 지난달 출간했다.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의 과달카날 전투를 그린 <헨더슨 비행장> (2000년)과 중부태평양 키리바시의 베시오 섬에서 벌어진 전투를 다룬 <베시오 비행장> (2005년) 출간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이 책의 주 무대인 나잡 비행장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이 뉴기니섬에서 만든 비행장. 권 고문은 이 비행장을 중심으로 연합군과 일본군의 2년 8개월에 걸친 전투를 생생하게 복원했다.

권 고문은 30일 "뉴기니 전투는 세계 전쟁사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참혹하고 비참했다"며 "일본군 15만명이 숨졌고 연합군 1만 2,000명이 생명을 잃었다"고 밝혔다.

권 고문은 이 책을 쓰기 위해 지난 30년 동안 전쟁터 구석구석을 발로 뛰며 관련 서적과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참전군인 등을 수소문해 증언을 청취하고 전황을 생생하게 묘사해 전쟁사가 못지 않은 수준을 보여줬다.

그가 이처럼 태평양전쟁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뭘까.

권 고문은 "뉴기니 전투에서 일본 육군 제20사단 78연대에서만 징집된 3,000명 이상의 우리나라 청년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안타깝게도 이런 비극이 있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들은 고난의 역사를 잊지 않고 전쟁 관련 책 등을 통해 상무정신을 키우고 있다"며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불과 반세기전에 뉴기니섬에 벌어진 우리민족의 비극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시절 우연찮게 전쟁 관련 만화책을 읽으면서 전쟁사에 빠져들었다. 이 때문에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겠다며 육군사관학교에도 지원도 했다. 하지만 독실한 크리스천이라 일요일에 실시된 육사 입학시험을 포기했다.

권 고문은 비록 직업군인의 길을 걷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군사(軍史)전문가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러던 중 77년 이건산업에 입사하면서 기회를 잡았다.

회사 측이 79년 목재 관련 현지 시장조사를 위해 파푸아뉴기니의 불로로 열대삼림대학으로 보내는 유학생에 뽑힌 것. 이후 그는 솔로몬 제도에 30년 동안 머물면서 태평양전쟁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끌어 모았다. 군사 관련 서적만 3,500여권을 수집했다.

그는 "전세계 근현대사 전쟁관련 서적 50권 이상을 출간하는 것이 목표"라며 "후손들에게 전쟁의 참혹함과 우리 민족이 식민지 지배에서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태평양전쟁 관련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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