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6자회담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유엔 결의에 따라 강하게 제재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8월 30일 일본 총선에서 현 집권 자민당을 꺾고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은 31일 도쿄의 한국 특파원들과의 이례적인 특별 간담회에서 지금 북한을 제재하지 않으면 북한 핵이 기정사실화할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반세기가 넘는 자민당 장기 집권을 끝내고 정권 교체를 이루게 된다.
오카다 간사장은 이날 중의원 집무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납치문제와 핵ㆍ미사일 문제를 함께 해결하지 않으면 북일 국교정상화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총선에서 "정권 교체가 된다 해도 일본 정부의 기본적인 대북 방침은 이명박 정부와 공유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협력해나갈 것"이라며 "한일이 중국을 움직이고 미국을 움직여서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한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에 있어 자민당에 비해 유연한 입장을 보여온 민주당도 현시기 우선순위는 '제재'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오카다 간사장은 그러나 "제재를 위한 제재이어서는 안 되며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 현실적인 타협을 하도록 만드는 제재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한일간 신뢰 관계를 더욱 튼튼히 구축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한국에서 배울 것도 많다"고 말했다.
오카다 간사장은 이날 한일 양국 관계에 늘 걸림돌이 되는 역사문제, 영토문제에 대해 자민당 정권과는 다른 정책 구상들을 내놓았다.
우선 아시아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이 합사돼 일 총리 등의 참배가 논란이 돼온 야스쿠니(靖國)문제 해결을 위해 누구라도 스스럼없이 전몰자를 추도하면서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약속할 수 있도록 종교성을 갖지 않는 새로운 국립추도시설을 설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카다 간사장은 "후쿠다(福田) 전 총리가 관방장관 시절 작성한 대체추도시설 관련 보고서를 토대로 논의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간 과거사와 관련, 그는 사회당 출신 무라야마 전 총리가 1995년 "일본의 침략을 받은 국가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후회한다"고 밝힌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오카다 간사장은 독도 문제에 대해선 "영토문제는 서로 물러설 수 없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을 양국 정부가 현명하게 관리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영토 주권을 갖고 있는 북방 영토와 다케시마(竹島ㆍ독도의 일본명) 문제를 조기에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끈기 있게 대화를 계속해나가겠다'는 기본 정책을 재확인한 것이다. 일본 교과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도 옹호하는 쪽이었다.
그는 재일동포가 다수인 일본 내 외국인 영주권자의 지방참정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은 창당 당시부터 참정권 부여 조기 실현을 정책으로 표방했고 이것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당내에 다른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어서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일본 언론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자민당을 2배 이상 앞서고 있다. 28~30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조사(3,500명)에서는 열흘 전에 비례대표 투표 정당을 정하지 않았던 사람 중 20%가 민주당, 6%가 자민당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자민당을 찍겠다고 했다가 민주당으로 바꾼 사람은 8%, 민주당에서 자민당으로 마음을 돌린 사람은 3%였다.
오카다 간사장은 "정권 교체 실현은 전후 일본 정치에 큰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민당이 1955년에 생겨 54년 집권하는 동안 정권 교체가 10개월뿐이었다. 그 동안 숱한 폐해가 생겼다. 정권 교체만으로도 일본은 좋아 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자신해도 좋을 만큼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은 커 보이지만 오카다 간사장은 조심스러웠다. "선거는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확실히 여러 느낌은 좋지만 한 달 정도 남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도쿄=글ㆍ사진 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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