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을 관람할 때 관객은 무엇을 기대할까. 목청껏 뽑아내는 고음의 노래일까, 열을 지어 같은 동작을 절도있게 보여주는 앙상블의 향연일까, 아니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감동의 드라마가 답이 될까.
'파격' '신선'을 내세우는 공연이 쏟아지고 있지만 한국 뮤지컬 관객의 우선적 관심사는 여전히 볼거리에 있는 듯하다. 단순한 이야기를 현란한 탭댄스로 포장한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고전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새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무명의 뮤지컬 배우가 스타로 거듭나는 아메리칸 드림을 그린 이 작품은 1980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한국에는 13년 전에 소개됐고 2006년까지 10여 차례나 무대에 올랐지만, 옥주현 박해미 박상원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이 포진한 이번 공연은 일찌감치 큰 관심을 모았다. 개막 초부터 흥행이 순조롭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작품의 흥행과 완성도는 별개여서 사실 이번 공연은 화려함도, 드라마도 약한 어정쩡한 느낌이다. 1930년대 대공황기 시골 출신의 페기 소여(옥주현ㆍ임혜영)가 뮤지컬 배우의 꿈을 이루는 내용이지만 인과관계가 명료하지 못한 탓에 그것을 지금의 현실에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애당초 스토리로 호소하는 뮤지컬이 아니기에 내용은 차치한다 하더라도, 이 공연의 마케팅 포인트인 화려함도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친다. 1980년 브로드웨이 초연에 근거한 라이선스 형식인 까닭이다.
여자 앙상블의 우아한 각선미가 무대 상단에 위치한 거울을 통해 시원하게 드러나는 장면이나 황금빛 조명이 돋보이는 계단 세트 등 2001년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버전의 볼거리들은 이번 공연에서 빠져 있다. 잘 훈련된 앙상블의 질서정연한 탭댄스 정도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지만 무대가 단출하다 보니 이 역시 화려함보다는 발랄함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뮤지컬은 재기 넘치는 탭댄스와 코믹한 설정을 잘 버무리고, 대중 스타들로 구성된 주연 배우들이 고르게 평균 이상의 기량을 선보이면서 연일 객석을 뒤흔들고 있다.
6개월간 익혔다는 옥주현의 생애 첫 탭댄스는 간혹 명쾌하지 않은 소리를 내지만 이색적인 볼거리인 것만은 분명하다. 2004년에도 같은 역을 맡았던 도로시 브록 역의 박해미는 TV시트콤 출연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거침없는 애드리브로 객석의 웃음을 유도한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수확은 짤막한 대사들로 폭소를 이끌어낸 극작가 매기 존스 역의 김영주다. 3만~12만원의 티켓값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무더운 여름, 가볍게 즐길 이벤트로는 무난한 선택이다. 30일까지 LG아트센터. (02)501-7888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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