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전 세계 농장에 투자한 큰손들이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 모였다. 미국 아이오와주와 브라질 상파울루, 호주 시드니 등에서 건너온 농장 경영자들과 지주, 펀드매니저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참석자들은 2050년 세계 인구가 91억 명으로 급증할 경우 식량수요도 50% 늘어나기 때문에 식량의 공급 수요 간극이 점점 확대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많이 굶주릴수록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이들은 현 상황이 지속되면 향후 매년 30% 가까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잠비아, 모잠비크 등에 15만 헥타르의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 수잔 페인도 고수익의 꿈에 부풀어 있다. 그는 기아 해결을 위해 아프리카에 투자한 것이 아니다. 이 지역이 전세계에 남은 마지막 농토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잔은 아르헨티나와 미국 농토에 투자하는 금액의 10%만 아프리카에 투자해도 향후 40년 동안 4배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본다. 해외 농장 투자가 고수익에 위험이 적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최근에는 각국 연금, 하버드대학 같은 유명 대학 등이 앞 다퉈 투자 행렬에 참여하고 있다.
31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미국의 한 투자사는 2억 달러를 모아 농장 투자 전문펀드를 설립했고, 러시아 금융기관은 직접 우크라이나 농토 10만 헥타르를 사들였다. 도이체방크와 골드만삭스는 중국 돼지농장 사업에 투자를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파키스탄 펀자브 지방 개발에 열을 올리는 중이며, 쿠웨이트와 이집트도 각각 캄보디아와 우간다 의 농토를 사들였다.
농장사업은 땅을 빌려준 국가나 사들인 자본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다. 광대한 농토가 있지만 기술과 자본이 부족한 에티오피아와 터키, 파키스탄은 외국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투자만 제대로 된다면 수확량은 2배 이상 증가하고 일부 국가는 10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양쪽 모두에게 '윈-윈' 게임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농토개발이 반드시 장밋빛 전망만 제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대규모 농토 개발이 수자원 고갈로 이어져 식량생산을 감소시킬 수 있는데다, 자국에서 생산된 농작물도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선진국들에게 고스란히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슈피겔은 "농토를 임대해준 국가도 대부분 기아에 허덕이기 때문에 농토 매매는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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